삼성전자, ‘배터리 교체’ 대신 ‘새 제품 교환’ 초강수 꺼낸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일 21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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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이번에 리콜하는 ‘갤럭시노트7’ 물량은 전 세계적으로 250만 여대(소비자가 개통한 140만 여대+국내외 이동통신사에 팔린 110만 여대)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교환 및 환불에 소요되는 비용을 정확하게 공개할 수 없지만 마음이 아플 정도의 큰 금액”이라며 “그럼에도 고객 안전에 문제가 있어선 안 되기 때문에 금전 규모에 관계없이 응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판매 국가 별로 다소 차이가 있는 갤럭시노트7 가격(소비자가 기준)이 평균 100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리콜 액수는 2조5000억 여 원에 이른다. 리콜 액수가 전액 손실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최소한 수천 억 원 대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삼성전자는 배터리만 교체해주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이보다 더 강력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회사 내부 의견에 따라 ‘새 제품 교환’ 카드를 꺼냈다. 일시적인 위기 모면보다는 정면 돌파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소비자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용기 있는 결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 19일부터 새 제품 교체 가능

갤럭시 노트7을 구매한 국내 소비자의 경우 이달 19일부터 새 제품으로 교환받을 수 있다. 자재 수급과 제품 준비 기간이 2주 가량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 사용에 불안함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위해 삼성전자는 배터리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개발해 놓은 상태다. 3일부터 전국 삼성서비스센터에서 문제가 있는 배터리가 탑재돼 있는지 검사할 수 있다.

고 사장은 “갤럭시S7 엣지 등 다른 제품으로 교환하는 방안 등 종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배터리 셀 자체 문제

갤럭시 노트7 배터리 결함은 제조 과정에서 생긴 문제로 확인됐다. 배터리 셀 내 음극(-)과 양극(+)을 분리하는 극판이 눌려 양극이 접촉돼 폭발을 일으키는 현상이 있었다. 이렇게 되면 매우 짧은 시간에 과전류가 흐르면서 엄청난 열이 발생해 화재나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또 배터리 내부 절연 테이프가 건조하는 과정에서 일부 수축된 점도 발화 원인으로 파악됐다.

고 사장은 “개발 과정에서는 문제가 없었고, 무선사업부의 품질기준도 모두 통과했지만 제조 공정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갤럭시노트7은 삼성SDI배터리를 70%, 중국 ATL 제품을 30% 가량 탑재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배터리는 삼성SDI에서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사장은 “(삼성SDI가 아닌) 다른 회사의 배터리도 모두 철저하게 검토한 결과 문제가 없었다”며 “이전에도 내장배터리를 사용했지만 문제가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배터리 문제는 갤럭시노트7에 국한해 보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 정공법 선택한 고동진

삼성전자가 제품 품질 논란으로 관련 사업부장이 사과까지 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신경영선언의 화두로 ‘질(質)경영’을 선포한 뒤로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 품질을 앞세워 세계 1위 전자업체로 성장했다.

전에 없던 난관을 만난 삼성전자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처음 발화 사례가 접수된 지난달 24일 곧바로 제품을 수거해 1주일 간 원인 분석을 했다. 원인이 발견된 직후 긴급 기자브리핑을 열었다. 당초 해외 거래처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문제와 원인을 세세하게 공개하는 데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전해온 것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장사하는 입장에서 당장 이번 실적과 거래선 관계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 장기적으로 회사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 신뢰도에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최종 판단했다”고 밝혔다.

고 사장도 “근본적인 이유를 밝혀서 소비자들에게 모두 공개하는 것이 우리 제품에 대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다”며 “그래서 발표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고 설명했다.

고 사장은 모든 책임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고 사장은 “문제가 된 배터리 회사 이름을 거명하지 않겠다”며 “우리(삼성전자)랑 같이 개발하고 검증했기 때문에 이건 제 문제”라고 단언했다.
김지현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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