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보다 싼 전기료, 에너지 시장 왜곡”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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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에너지 4.0’ 주관 정책 토론회
“OECD 유일… 전기소비 급증 불러… 火電 미세먼지에 환경문제도 심화”

“국내 에너지 문제의 구조적인 원인은 2차 에너지(전기) 가격이 1차 에너지(유류) 가격보다 낮다는 것이다.”

이종수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30일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람직한 국가 에너지 정책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현 정부 에너지정책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석유, 석탄, 원자력 등 천연상태의 ‘1차 에너지’보다 이를 가공해 생산하는 전기 등 ‘2차 에너지’ 가격이 저렴해 에너지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이 주최하고 국내 에너지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포럼 에너지 4.0’이 주관했다. 정치권과 학계가 함께 에너지 정책의 구조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산업 육성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이 교수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중 유일하게 전기 가격이 유류 가격보다 낮다. 전기는 1차 에너지를 직접 사용할 때에 비해 연료를 더 많이 소모하지만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사용량이 급증해왔다. 그는 이로 인해 △에너지 수입량이 늘고 △국내 발전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유연탄 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환경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 등을 문제로 꼽았다.

이 교수는 “유류 사용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에게 징벌적인 세금이 부과되지만 전력 사용에 대해서는 세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라며 “합리적인 에너지 세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단위 발전량당 세금 부과액은 원자력과 유연탄이 액화천연가스(LNG)보다 낮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에너지믹스 개선방안’ 발표를 통해 에너지 과세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오염을 많이 유발하는 유연탄과 기피되는 우라늄엔 비교적 세금이 적게 부과된다”며 “발전용 석탄과 원전에는 낮은 세금이나 면세 혜택을 부여하는 세금 구조가 에너지믹스가 전력에 편중된 현상을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전기차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도 있게 짚어볼 것도 제안했다. 그는 “석탄, 원자력 발전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는 국내 전력망을 고려할 때 전기차의 환경성을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기차 시장 창출을 위한 다양한 지원은 필요하지만 현재 수송용 세율만큼은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세금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전기료#에너지 시장#포럼 에너지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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