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기요금도 분납 허용하기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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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사무소에 신청하면 가능… 정치권 ‘전력 票퓰리즘’ 입법 경쟁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자 한국전력은 최근 분납제도 확대 등의 보완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급조된 보완책이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 논란이다. 정치권에선 전기요금 관련 법안이 줄줄이 발의되고 있지만 일부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은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아파트 거주자에게도 전기요금 분납제도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이 최근 올여름(7∼9월) 누진제로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가정에 전기요금의 3개월 분할납부를 허용했지만, 대형 아파트 단지의 경우 분납제도 이용이 불가능해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일정 규모 아파트의 경우 한전이 단지에 고압 전기를 한꺼번에 송전하고, 이를 관리사무소에서 분배 및 검침하는 ‘단일계약’ 시스템을 이용한다. 한전은 자사가 검침을 하지 않아 개별 가구의 전기요금을 분리해 청구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다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에 부닥쳤다. 한전 관계자는 “관리사무소들과 적극 협력해 아파트 거주자도 다음 달 5일부터 분납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며 “분납을 원하는 가구는 관리사무소에 신청 하면 된다”고 밝혔다.

새 아파트에 이사를 간 경우 이전 거주자의 전기 사용량이 그대로 누적돼 누진 구간이 올라가는 점도 논란이다. 예를 들어 이전에 살던 사람이 400kWh만큼의 전기를 쓰고 새로 이사 온 가족이 100kWh 전기를 썼을 경우 ‘요금 덤터기’를 쓸 수 있다. 새 거주자는 원래 누진제 1구간에 해당돼 7350원만 내면 되지만 실제로는 누진제 5구간 요금(5만1410원)을 내야 한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단독주택은 이사 정산을 따로 할 수 있지만, 아파트는 개별 가구의 전기 사용량을 관리실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파트 주민에 대한 분납제도가 허용된 만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한편 전기요금을 둘러싼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국회의원들은 관련 법안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교육용 전기요금 할인, 소외계층의 전기요금 부담 감면 의무화 등 최근 발의된 법안은 10건이 넘는다. 원자력발전소나 석탄화력발전소가 위치한 지역구의 의원들은 발전소 인근 지역의 전기요금을 깎아달라는 요구까지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불합리한 현행 전기요금 체계는 보완해야 하지만, 성난 민심에 기대 전기요금 제도의 근본을 흔들고 무작정 요금을 깎는 등 상식에서 벗어나는 요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세종=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아파트#전기요금#분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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