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종합화학 노사 ‘일자리 나누기’ 최종 합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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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10~20% 줄이는 대신 정리해고 없이 완전고용 유지
“油化 4개 품목 구조조정 필요” 베인앤드컴퍼니 중간 보고서

중국에서 초래된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공급 과잉으로 공장 가동률을 낮춘 한화종합화학이 감원 대신에 ‘잡 셰어링(Job Sharing·근무시간을 줄여 인건비를 낮추는 대신에 고용을 유지하는 것)’을 도입하기로 했다.

한화종합화학 노사는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이같이 합의하고 다음 달 19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합의에 따라 교대 근무를 하는 현장직군은 4조 3교대에서 5조 3교대로 전환한다. 낮에 근무하는 직군은 주 4일만 근무하며 연차 휴가를 모두 사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근무시간은 주 42시간에서 33.6시간가량으로 줄어든다. 급여는 개인별 차이는 있지만 10∼20% 줄게 된다. 한화종합화학 임직원은 330여 명이다.

한화종합화학은 1974년 삼성석유화학으로 창립돼 1980년 국내 최초로 PTA를 생산해 성장을 거듭해왔다. 2010년엔 공장 설계 노하우를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석유기업인 사빅(SABIC)에 수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2012년부터 중국 수출길이 사실상 막히면서 본격적인 경영난에 직면했다. 지난해 삼성그룹에서 한화그룹으로 인수된 이후엔 3주간의 파업 이후 직장폐쇄가 단행되는 등 노사 갈등을 겪기도 했다.

한화종합화학의 PTA 연간 생산능력은 200만 t. 지난해 11월 직장폐쇄 당시 울산 공장 한 곳(연산 40만 t)은 가동을 중지했다. 직장폐쇄가 철회된 이후에도 공급 과잉으로 인해 가동 중지를 이어오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2014년 적자(―41억 원)를 본 뒤 지난해 자회사 한화토탈로부터 배당금 2170억 원을 받은 덕에 흑자(2236억 원)로 전환했지만 올해 상반기(1∼6월)엔 수익을 거의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월부터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100주간 원가 절감에 집중하는 ‘서바이벌 100’ 프로젝트도 실시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 노사는 가동이 중지된 공장에서 근무하던 인력이 휴직을 할 것인지, 잡 셰어링을 통해 고통을 나눌 것인지를 3월부터 협의해왔다. 노사는 6개월간 워크숍 등 논의를 거쳐 이달 11일 기본 원칙에 합의했다. 또 공청회 등을 거쳐 24일 세부 시행안을 확정했다. 한화종합화학 관계자는 “임금을 10∼20% 깎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장기간 논의하면서 회사를 살려야겠다는 마음이 일치돼 막판에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석유화학협회는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 컨설팅을 맡은 베인앤드컴퍼니로부터 테레프탈산(TPA),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스티렌(PS), 일부 합성고무(BR 및 SBR) 등 4개 품목에 대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중간 보고서를 최근 제출받았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다음 달에 베인앤드컴퍼니로부터 최종 보고서를 받은 뒤 업계 의견을 수렴해 최종적으로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한 뒤 정부에 시행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한화종합화#노사#경영위기#일자리 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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