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선 샤오미도 뛰어드는데… 국내 인터넷銀, 반쪽 출범 신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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銀産분리 규제 묶인 카카오-K뱅크

#1. 일본에서는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신분증을 촬영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인 지분은행 앱(애플리케이션)에 전송한다. 신분증 정보가 자동으로 등록되면 은행계좌 개설 신청이 접수된다. 5일 후 현금카드가 신분증의 주소지로 배송된다. 상대방 전화번호만 알면 이 은행의 앱으로 문자메시지와 함께 송금도 할 수 있다.

#2. 중국 인터넷전문은행인 마이뱅크에서는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최대 500만 위안(약 9억 원)의 중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알리바바그룹의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타오바오, 전자결제 시스템 알리페이, 자산운용 시스템 위어바오 등의 고객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신용을 평가하고 돈을 빌려준다.

국내에서도 이르면 하반기(7∼12월) KT가 주도하는 ‘K뱅크’와 카카오가 주도하는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다. 중국과 일본에 한참 뒤진 후발 주자인데도 규제의 단단한 벽에 막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中, 日은 송금 대출도 인터넷으로

지분은행은 일본 2위 이동통신사인 KDDI와 일본 최대 은행인 도쿄미쓰비시UFJ은행(BTMU)이 각각 지분의 50%씩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인터넷은행 6곳 중 지분은행, 소니은행, 라쿠텐은행, 재팬넷은행 등 4곳이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주도하는 곳이다. 중국도 알리바바그룹 관계사가 지분 30%를 보유한 마이뱅크와 텐센트가 30%를 보유한 위뱅크가 인터넷은행 산업을 이끌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ICT 회사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인터넷은행에 대해 은산(銀産)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20% 넘게 소유하면 인가를 내주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은산분리를 시행 중인 일본도 2000년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는 지분 제한을 풀었다.

그 결과 중국과 일본의 인터넷은행들은 ICT를 응용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속속 내놓으며 은행산업의 경쟁을 촉진하는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중국 위뱅크는 텐센트 메신저 사용자의 로그온 시간과 가상계좌 내 자산, 게임 아이템 및 온라인몰 구매 명세, 송금 명세 등을 분석해 신용등급을 평가한 뒤 중금리 대출을 해준다. 최근에는 샤오미가 농축산·금융그룹인 신시왕그룹과 손잡고 준비하고 있는 인터넷은행 ‘시왕은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샤오미가 자사의 모바일 기기와 전자제품 등을 활용해 사물인터넷(IoT)과 금융서비스를 결합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라쿠텐은행은 모회사 라쿠텐에서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회원 9000만 명의 구매 명세를 분석하고 적합한 금융서비스를 추천해준다. 상대방의 이름과 e메일 주소만 알면 송금도 된다. 소니은행은 자사 빅데이터 고객 정보를 활용해 별도의 보증 없이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 韓 반쪽짜리 인터넷은행 될까 우려

후발 주자인 한국의 K뱅크와 카카오뱅크도 무점포·자동화 구조를 통한 중금리 신용대출, 빅데이터를 활용한 간편 심사 소액대출, 통신망과 메신저를 활용한 간편 송금 등을 핵심 서비스로 내세우고 있다. KT의 계열사 BC카드는 목소리 인증 기술을 개발해 임직원 대상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KT텔레캅은 얼굴을 8000개의 셀로 구분해 인식하는 안면인식 보안기술 ‘페이스캅’을 개발했다. 카카오는 메신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강력한 플랫폼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지난 19대 국회에서 현행 4%인 산업자본의 지분 한도를 인터넷은행에 한해 50%로 높이는 내용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무산되면서 상황이 꼬였다. ICT 기업의 참여가 제한되면 인터넷은행이 일반 은행의 ‘인터넷 버전’에 불과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과 강석진 의원이 인터넷은행에 대한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를 50%로 늘리는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상황이 쉽진 않다. 야권에서 ‘은행이 대기업의 사금고가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대 교수는 “중국 알리페이가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바람을 타고 한국 시장까지 진출했듯이 한국의 인터넷은행들도 해외 시장에서 통하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은행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샤오미#인터넷은행#카카오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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