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정치권 외압?… 대우건설 사장 인선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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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민 前 현대산업개발 사장 내정

대우건설 신임 사장에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64·사진)이 내정됐다. ‘해외건설 전문성이 부족하다’ ‘친박(친박근혜) 유력 정치인이 밀고 있다’ 등의 논란이 일었지만 대우건설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박 전 사장을 선택했다. 외부 인사 영입을 고집한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과 함께 대우조선해양 사태의 원인으로 꼽히는 ‘낙하산 인사’의 병폐가 재연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우건설 사추위는 5일 회의를 열어 최종 사장 후보로 박 전 사장을 단독 추천했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8일 이사회에서 사장 추천 건을 의결하고 2주 뒤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신임 사장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경남 마산(현 창원) 출신인 박 전 사장은 울산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현대산업개발에 입사해 영업본부 개발담당 상무, 영업본부장(부사장)을 거쳐 2011∼2014년 현대산업개발 사장을 지냈다. 2012년부터 올해 4월까지 한국주택협회장을 지내 정관계 인맥이 두텁다. 이 때문에 박 전 사장이 출사표를 냈을 때 대우건설 안팎에서 “친박 유력 정치인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설이 나돌았다.

5월 시작된 대우건설 사장 선임이 석 달 가까이 표류하며 ‘낙하산 논란’을 불러온 것은 산은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재공모, 일정 변경 등으로 사추위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인선 과정에 개입하면서 산은이 의혹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초 산은은 내부 공모로 진행하겠다는 사추위의 의견을 받아들여 박영식 현 대우건설 사장과 이훈복 전략기획본부장 등 2명을 대상으로 6월 10일 최종 면접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돌연 이를 백지화하고 재공모를 결정했다. “외부 인사까지 확대해 유능한 경영인을 뽑겠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업계에서는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지난달 20일 박 전 사장과 조응수 전 대우건설 부사장 가운데 면접 없이 최종 후보로 결정하기로 했지만 사추위원들 간의 견해차로 후보 결정이 다시 미뤄졌다. 이 과정에서 외압 의혹은 더 커졌다. 산은은 1주일 뒤 대우건설 사외이사 3명을 만나 박 전 사장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추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전 사장을 원하는 산은 측의 입장이 워낙 강경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동걸 산은 회장은 “외압은 없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와 같은 비리가 다시 나오지 않으려면 외부 인사에게 기회를 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박 전 사장이 현대산업개발에서 흑자를 달성하고 주가를 끌어올린 공로가 있어 매각을 앞둔 대우건설의 사장으로 적임자라는 게 산은 측의 주장이다.

재개발·재건축 등 주택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박 전 사장을 해외건설 비중이 40%에 이르는 대우건설 사장으로 밀어붙여 ‘낙하산 의혹’과 전문성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사추위원은 “박 전 사장이 취임하면 30일 내에 해외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해외건설 전담기구를 설치하겠다고 산은 측이 약속했다”며 “박 전 사장의 약점을 보완할 절충안이 나오면서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한 인사는 “산은이 대우조선해양, 대우증권 사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에서 전혀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를 정비하지 못하면 이 같은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박창규·강성휘 기자
#대우건설#산업은행#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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