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에 수백 장씩 쓸어담아…中 업고 호황 맞은 마스크팩 시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0일 16시 56분


코멘트
2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마스크팩 전문 매장. 젊은 중국 여성 세 명이 여행용 가방에 마스크팩 뭉치를 차곡차곡 담고 있었다. 관광객들은 장당 3000원인 마스크팩을 주로 100장짜리 묶음 단위로 사간다. 이날 이들이 가방에 담은 마스크팩은 총 400장, 120만원 어치다. 중국인 관광객 뤼단 씨(29)는 “친구들이 한국 여행을 가면 마스크팩을 꼭 사오라고 해서 선물로 주려고 넉넉하게 샀다”라고 말했다.

한국 화장품이 중국 여성들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끌면서 국산 마스크팩 업체들이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하루에 마스크팩 한 장을 소비하는 한국 여성들의 ‘1일 1팩 미용법’이 중국 소비자들에게 소문나면서 시장규모도 해마다 크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마스크팩 시장 규모는 약 5000억 원 정도로 업계는 추산한다. 엘엔피코스메틱(메디힐), 리더스코스메틱, SNP 등 마스크팩 시장을 이끌고 있는 상위 3개 업체의 매출만 합쳐도 4846억 원에 이른다. 2013년만 해도 3개 업체의 매출 총합이 831억 원에 불과했다. 2년 새 483%나 급성장한 것이다.

국산 마스크팩이 성장한 데에는 중국 소비자들의 역할이 컸다. 중화권을 중심으로 K뷰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일본 화장품 브랜드인 SK-Ⅱ, 미키모토 등의 마스크팩 제품보다 ‘메이드인 코리아’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 온라인 소매 연구기관인 웨이언쯔쉰(維恩咨詢)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이 온라인으로 구매한 마스크팩 매출 상위 브랜드 10개 중 4개가 한국 브랜드였다. 메디힐이 중국 브랜드인 ‘보어취안야(泊泉雅)’에 이어 전체 판매 2위에 올랐다. 리더스코스메틱(3위), 이니스프리(6위), SNP(7위)도 10위 안에 들었다.

중국 내 마스크팩 수요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어 상황은 더욱 고무적이다. 코트라는 올해 중국 마스크팩 시장의 전체 규모가 400억 위안(약 6조8000억 원)을 넘겨 2020년에는 778억 위안(13조26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김유 메디힐 마케팅 상무는 “설문조사 등을 보면 중국 소비자들이 마스크팩을 아예 기초케어의 한 단계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고정적으로 마스크팩을 사용하는 중국 여성들이 늘어나면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중국시장 의존도 탈피와 히트상품의 다양화는 향후 한국 마스크팩 업체들이 풀어야할 과제다. 마스크팩 업체들이 최근에 종합 화장품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BB크림, 기초 케어 라인을 앞 다퉈 내놓고 있지만, 마스크팩에 비해 인지도가 낮아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 이슈가 부각되면서 일부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나타나는 등 외부 변수도 있다. 한 마스크팩 업체 관계자는 “산둥성 등 일부 지역에서 ‘메이드인 코리아’ 제품의 반입을 막아 수출이 막힌 상태”라며 “장기적으로 수출 국가를 다각화하고, 유럽에 공장을 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