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허위공시-분식회계… 증시 흐리는 상장 외국기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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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원양자원 ‘불성실법인’ 지정 예정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계 수산물업체 중국원양자원이 허위 사실 공시로 제재 대상이 되면서 해외 상장기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증시 진출을 노리는 해외기업이 증가 추세에 있는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해외기업에 대한 심사와 상장 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금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해외기업은 24곳이며, 이 중 9곳이 상장 폐지됐다. 현재 증시에 남아 있는 15개 종목 가운데 중국원양자원을 포함해 중국 국적 회사가 11개로 가장 많다. 이어 미국(2개), 일본과 라오스(각 1개) 등의 순이다.

2007년 8월 중국 음향기기 제조회사인 3노드디지탈그룹유한공사를 시작으로 국내 증시에서 해외기업 상장이 본격화했다. 하지만 2011년 ‘고섬 사태’가 터진 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중국 섬유회사인 고섬이 국내 증시 상장 두 달 만에 1000억 원대 분식회계가 적발돼 거래 정지됐기 때문이다.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고섬 측의 불성실한 태도도 중국계 회사에 대한 투자자 불신을 키웠다.

거래소는 고섬 사태 이후 해외기업에 대한 상장심사 기준을 크게 강화했다. 고섬이 상장폐지된 뒤 국내 증시 입성에 성공한 중국 기업은 올해 상장된 차이나크리스탈과 로스웰뿐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 상장을 위해서는 회사 정관을 국내법에 맞게 완전히 뜯어고쳐야 하는 만큼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고섬 사태 이후 상장된 회사들은 충분히 신뢰할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섬 사태가 터지기 이전 상장된 중국원양자원과 같은 회사에는 강화된 상장 기준이 적용되지 않아 ‘옥석 가리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이 회사의 상장에 반대했던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산업, 방직업 등 1차 산업을 성장 산업이라고 맹신하고, 제대로 된 기업평가를 하지 못한 ‘원죄’가 우리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2007년 상장된 평산차업, 2008년 상장된 연합과기 등도 당시 중국계 회사 상장 열풍에 따라 국내 증시에 입성했지만, 매출 하락과 회계 부정 등의 이유로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다. 거래소는 이달 허위 사실을 공시한 중국원양자원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곧이어 관리종목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뒤 1년 내에 또다시 중대한 공시 위반이 발생하면 상장폐지도 될 수 있다.

중국원양자원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다음 주식매매 거래가 재개되면 현재 주당 2045원인 주가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투자자들은 주가 추가 하락이나 혹시 모를 상장폐지 등에 따른 손실을 걱정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중국원양자원은 상장 당시 약 530억 원, 지난해 유상증자로 102억 원을 국내 증시에서 조달했다”며 “현재 시가총액이 2000억 원에 이르기 때문에 상장폐지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손실 규모가 2500억 원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해외기업 상장 후 관리에도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래소와 증권사들이 해외기업의 국내 증시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 현재 상장을 준비 중인 해외기업만 약 40개에 이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상장을 주도한 증권사들이 리서치센터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투자 정보를 제공하고, 거래소 등은 회계감사나 공시가 성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황성호 기자
#주식#증시#허위공시#분식회계#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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