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햇볕 덕에 전기료 80% 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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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없는 섬’ 가파도 가보니
풍력-태양광으로 에너지 자립 도전… 전봇대 없애 외관 개선… 관광객 몰려

8일 찾은 제주도 가파도는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으로 거듭나 있었다. 현재 태양광 발전시설(맨아래쪽 사진)과 풍력발전기 2기(맨위쪽 사진)가 가파도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한국전력 제공
8일 찾은 제주도 가파도는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으로 거듭나 있었다. 현재 태양광 발전시설(맨아래쪽 사진)과 풍력발전기 2기(맨위쪽 사진)가 가파도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한국전력 제공
제주도 서남쪽 모슬포항에서 배를 타고 20여 분 거리, 제주도와 마라도 사이에 위치한 ‘가파도’는 늦은 봄 청보리가 파도치는 곳으로 유명하다. 제주 말로 가파리, 즉 가오리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가파도는 걸어서 해안선을 따라 섬 한 바퀴를 도는 시간이 두 시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작다. 주민이 281명에 불과한 이곳에서 최근 전 세계가 주목할 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가파도는 이달 들어 ‘탄소 없는 섬(Carbon Free Island)’ 선언을 했다. 이전까지 섬에 필요한 전기는 디젤 발전기 3대로 만들어 썼다. 그 덕분에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깨끗하고 아름답던 섬은 디젤 매연에 신음해야만 했다. 이에 가파도에 전기를 공급하는 한국전력과 제주도는 2011년 11월 가파도를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으로 만들기로 정하고 143억 원을 투입해 관련 사업을 추진했다.

8일 찾은 가파도에서는 250kW급 풍력발전기 2대가 쉴 새 없이 돌고 있었다. ‘정이월 바람살에 가파도 검은 암소뿔이 휘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곳 바람은 제주도 내에서도 사납다. 이 바람이 가파도에 필요한 전기를 만드는 ‘효자’가 됐다. 집집마다 설치한 태양광 패널에서도 전기가 만들어졌다. 현재 가파도에 거주하는 193가구 중 48가구에 3kW급 태양광 발전시설이 각각 설치돼 있다.

친환경 에너지 사업은 섬의 외관도 바꾸고 있다. 특히 전봇대와 거미줄처럼 얽힌 전선이 없어졌다. 전선을 땅에 묻고 중앙에서 통제할 수 있도록 지능화했기 때문이다.

마을 한가운데에는 가파도의 모든 발전 시설과 전력망을 관리하는 운영센터가 있다. 한쪽 벽을 차지한 현황판에는 태양광·풍력발전 현황과 전력 공급 상황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한전 관계자는 “최첨단 기술인 친환경 마이크로그리드를 이용해 가파도의 에너지 자립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마이크로그리드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소규모 전력망을 말한다.

ESS는 일종의 대용량 배터리다. 전력 사용이 많을 때는 ESS에 저장해 둔 전기를 흘려보내고, 반대로 전력 사용이 적으면 전기를 ESS에 쌓아두는 식이다. 가파도 전력망 운영센터에 설치된 ESS는 저장된 전기만으로 가파도 전체에 8시간 동안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3.86MWh)다.

가파도가 ‘탄소 없는 섬’을 표방하긴 했지만 아직은 완전하지 않다. 현재 ESS 용량으로는 섬에 충분한 전기를 공급하기 어렵고 디젤 발전기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황우현 한전 에너지신사업단장은 “ESS 용량이 지금의 두 배 정도가 돼야만 신재생 에너지만으로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그리드 전력망을 시범 가동한 올해 4월 23일부터 7월 12일까지 가파도의 누적 에너지 자립 비율은 42%다. 한전은 앞으로는 이 비율을 8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 사업으로 전기요금이 인하된 것이 가장 반갑다. 진명환 가파도 이장은 “월 5만 원 정도 내던 전기요금이 8000원으로 뚝 떨어졌다”며 “섬이 깨끗해지면서 관광객도 2011년 4만 명 수준에서 지난해 11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한전은 전남 가사도와 경북 울릉도, 인천 덕적도 등에서도 친환경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서 지역의 전력난을 해소하고 친환경 에너지 수요처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한전 관계자는 “전 세계 마이크로그리드 시장 규모는 2020년 400억 달러(약 46조600억 원)로 성장할 것”이라며 “캐나다 등 해외에도 적극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가파도#풍력#태양광#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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