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조사, 도시락-보청기 넣고 꽁치-사전 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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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연말 발표 지수부터 개편

서울 여의도의 금융회사에 다니는 장모 씨(31)는 일주일에 서너 끼 이상을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퇴근 후 저녁 약속이 없을 땐 집에서 밥을 차려 먹기보다는 근처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와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게 훨씬 편하다. 장 씨와 같은 1인 가구가 늘면서 도시락은 편의점의 최고 인기 품목이 됐다.

이러한 시대 변화를 반영해 통계청도 앞으로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대표 품목에 도시락, 파스타 면, 보청기, 건강기기 렌털비 등을 새로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1인 가구와 고령층이 늘어나면서 국민들의 전반적인 소비 패턴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반면 이제는 소비가 줄어든 종이 사전, 잡지, 커피크림 등은 구성 품목에서 빠진다. 통계청은 경제·사회의 변화를 반영해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되는 조사 품목과 가중치 등을 5년에 한 번씩 조정한다. 새 기준은 12월 30일에 발표되는 물가지수부터 적용된다.

바뀐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월평균 가계 소비지출액이 일정 기준(231원) 이상인 품목 중에 현미, 낙지, 블루베리, 파프리카, 아몬드(이상 농축수산물), 파스타 면, 식초, 전기레인지(인덕션 등), 보청기, 치과구강용 약, 헬스기구, 지갑(이상 공업제품), 건강기기 렌털비, 휴대전화기 수리비, 컴퓨터 수리비, 도시락, 휴양시설 이용료, 보험서비스료(이상 서비스) 등 18개 품목이 추가된다.

파스타 면, 도시락 등이 이번에 새로 포함된 건 최근 1인 가구와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이 늘어난 시대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또한 보청기, 헬스기구, 건강기기 렌털비, 블루베리, 파프리카 등은 고령화와 웰빙 트렌드에 부합한다.

반면 월평균 소비지출액이 231원 미만이거나 소비 규모가 많더라도 대표성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되는 꽁치, 난방 기기, 잡지, 케첩, 신발 세탁료, 커피크림, 사전(책자), 피망, 세면기, 예방접종비 등 10개 품목은 지수 구성 품목에서 빠졌다. 과거 두꺼운 사전은 학생들의 필수품이었지만 컴퓨터, 스마트폰을 통해 사전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지출액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지수 개편은 당시의 생활상과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해 왔다. 1970년에는 흑백TV, 전축 등이 대표 품목이었다. 그 후 10년이 지난 뒤 컬러TV가 이름을 올렸고, 1985년에는 흑백TV가 품목에서 제외됐다. 1990년에는 퍼스널컴퓨터(PC) 시대가 열렸다. 더불어 아파트 생활이 대중화되면서 아파트 관리비, 에어컨, 진공청소기 등이 물가지수 구성 품목에 새로 추가됐다.

‘소맥(소주+맥주) 폭탄주’ 시대가 열린 2000년엔 소주와 맥주, 삼겹살이 대표 품목에 추가됐고, 골프의 대중화로 골프장 이용료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동시에 1990년대를 풍미한 무선호출기(삐삐)는 대표 품목에서 빠졌다. 통신 혁명이 가속화된 2010년에는 스마트폰 이용료, 디지털도어록이 물가지수 산출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반면 공중전화 통화료는 대표 품목에서 제외됐다.

한편 6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8% 올라 두 달째 0%대에 머물렀다. 올 상반기(1∼6월) 1% 안팎의 저물가가 이어지면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한은은 2016∼2018년 중기 물가안정목표를 2%로 제시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목표치에서 ±0.5%포인트 이상 벗어나면 원인과 배경을 설명하기로 한 바 있다.

세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소비자물가지수#혼밥족#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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