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룡 기자의 현장通] ‘떴다방 다 해먹고 나니’…중도금 대출 규제 ‘뒷북’

  • 동아경제
  • 입력 2016년 6월 23일 0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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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금 집단 대출은 문제없으니 일단 계약금만 있으면 청약하세요. 당첨만 되면 ‘로또’, 피 받고 파세요”

최근 2년간 모델하우스 안팎의 분양 상담사, 떴다방 호객꾼들에게 수없이 들은 말이다.
수도권 분양 현장 떴다방
수도권 분양 현장 떴다방
정부가 드디어 아파트 집단대출 규제에 나서기로 했다. 관련 정부 부처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의 중도금 대출이 1인당 보증 건수 2건 이하, 보증 금액 3억 원 이하로 제한될 예정이다. 그동안 정부는 분양 경기 위축을 염려해 잔금 대출만 규제했으나, 최근 과열된 분양 시장과 가계 대출 급증으로 중도금 대출도 규제 나선 것.

지금까진 HUG가 보증을 서면 중도금 집단 대출의 금액이나 횟수 제한이 없었다. 은행들은 계약자의 상환 능력과 무관하게 시행사의 사업성 등을 보고 집단대출을 해줬고, 설사 빚을 못 갚아도 HUG의 집단대출 보증으로 돈을 떼일 걱정이 없었다.

HUG 관계자는 “집단 대출 대부분이 변동금리고 계약자의 상환 능력 검증을 안했기 때문에 향후 금리가 오르면 연체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아파트 입주 시점에 주택 가격이 분양가 이하로 하락할 경우 미입주 사태가 벌어져 대출 연체율이 치솟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하반기 부동산시장은 급격히 냉각될 전망이다. 소병길 위너스에셋 대표는 “실수요자들보다는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수요 증가로 청약 열기가 뜨거운 것인데, 이번 중도금 대출 규제로 투자수요가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며 “하반기 분양 예정 물량은 작년과 비슷한 약 20만 가구가 대기 중인데 건설사 입장에선 분양을 마냥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 미분양이 발생할 수 도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는 마구잡이 대출을 하지 말라는 지침이라고 말하지만, 일선 은행의 대출 실행가이드는 정부 지침보다 더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며 “잔금에 이어 중도금까지 옥죄지면 부동산 경기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말 기준 은행권 집단대출 잔액은 120조3000억 원에 이른다. 올 들어서만 10조 원이 늘어난 것. 이는 분양 경기가 좋았던 지난해 연간 증가액 8조8000억 원보다도 많은 액수다.
정우룡 동아닷컴 기자 wr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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