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고래 싸움에… KAI-대한항공 ‘즐거운 비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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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민항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유럽 에어버스와 미국 보잉. 최근 커지는 항공기 시장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두 회사 모두에 기체 부품을 납품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대한항공은 이들의 경쟁 사이에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에어버스와 보잉이 성장하면서 이 두 회사 항공기의 날개를 책임지고 있는 두 국내 업체도 관련 매출이 연 25%씩 늘며 ‘고공비행’하고 있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KAI는 올해 민수(民需) 분야 중 기체부품 사업 매출만 1조3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9932억 원에서 올해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인데, 2012년만 해도 매출이 5094억 원이었음을 감안하면 4년 만에 2배 넘게 성장한 것이다.

대한항공이 에어버스에 납품하는 A320 기종의 샤크렛 부품. 날개 끝 부분에 달려 항공기의 연료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부품을 부산 강서구 대저동 테크센터에서 생산한다.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이 에어버스에 납품하는 A320 기종의 샤크렛 부품. 날개 끝 부분에 달려 항공기의 연료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부품을 부산 강서구 대저동 테크센터에서 생산한다.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의 관련 매출도 급성장 중이다. 대한항공에서 기체부품 제조를 담당하는 항공우주사업본부의 매출은 지난해 9135억 원을 기록해 처음 9000억 원을 돌파했다. 이 중 항공기 부품 제조가 차지하는 비중은 54%다. 항공우주사업본부의 매출은 최근 5년간 연평균 25%씩 성장했다.

이 업체들의 기체부품 매출이 급성장하는 배경에는 전 세계 항공기 시장의 급성장이 있다. 항공시장이 성장하면서 에어버스와 보잉은 매년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수주경쟁을 펼치고 있다. 각각 이미 9∼10년 치 일감인 5000여 대의 수주잔액을 확보해둔 상태다.

앞으로도 이런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잉 상용기 부문의 랜디 틴세스 마케팅 부사장은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항공기 이용자 수가 늘고 있다”며 “향후 20년간 전 세계적으로 3만8000여 대의 민항기가 추가로 투입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경남 사천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 내 에어버스 A321 기종 부품 조립라인 전경. KAI의 기체구조물사업 분야 매출은 올해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경남 사천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 내 에어버스 A321 기종 부품 조립라인 전경. KAI의 기체구조물사업 분야 매출은 올해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KAI와 대한항공이 납품하는 기종이 여러 항공기종 중에서도 가장 수요가 많은 단일통로 항공기(내부 복도가 1줄인 항공기) 위주여서 더욱 전망이 밝다. 단일통로 기종은 보잉에서는 B737, 에어버스에서는 A320이 대표적인데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주로 쓰는 기종이기도 하다. B737은 보잉의 전체 수주잔액 중 약 72.5%, A320은 에어버스 수주잔액의 약 55.2%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두 국내업체가 주로 생산하는 부품은 항공기 날개와 문(도어) 그리고 일부 동체다. 특히 날개 관련 부품이 많은데 날개 골격인 ‘윙립’과 날개 끝 수평구조물인 ‘윙팁’, 날개 끝 수직 구조물인 ‘윙렛’ 등이 대표적이다.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날개의 길이를 늘이고 저항력을 줄여 연료 효율성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두 업체 모두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추가 주문도 밀려들고 있다. KAI는 매월 42대씩 생산하던 B737 꼬리날개 구조물을 월 52대로 늘리기로 하는 계약을 지난해 11월 보잉과 맺었고, 같은 달 에어버스와는 A320 날개하부 구조물을 월 44대에서 월 50대로 증산하는 계약을 맺었다. 특히 A320 계약의 경우 이 기종이 생산 중단될 때까지 납품하기로 하는 ‘종신계약’이다. 대한항공은 지난달부터 B737맥스(MAX) 기종의 날개 핵심 부품인 ‘어드밴스트 테크놀로지 윙렛’을 본격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는데, 단계적으로 생산량을 늘려 2019년부터는 매달 20개씩 생산해 총 1200개 이상의 부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KAI 관계자는 “에어버스의 차세대 항공기인 A350XWB의 경우 KAI가 개발단계부터 위험관리파트너로 공동 참여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A320 부품의 경우 당초 영국 기업에 배정됐던 물량을 가져오는 바람에 현지 언론에서 이를 조명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kai#대한항공#항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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