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대 인력 7년째 감소… 50대 내몰지 말고 경력 살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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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인구절벽 2부]<4>중장년 고용률 높여 핵심생산인구 늘리자

《“남들은 쉴 나이에 회사와 사회를 위해 일할 수 있어 자부심을 느낍니다.”

포스코 협력업체인 TCC한진에서 근무 중인 편장수 씨(59)는 지난해 12월 정년퇴직을 했지만 지금도 일하고 있다. 회사가 퇴직자의 경험과 기술을 사장시키지 않고 적극 활용하기 위해 운영 중인 재고용 프로그램으로 올해 1월 편 씨를 다시 채용했기 때문이다. 편 씨는 지금도 본부장 직급으로 정비 현장을 책임지며 후배 교육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는 “가정을 위해서라도 1, 2년은 더 일을 하고 싶었는데 다시 채용해줘 감사하다”며 “일을 완전히 그만두는 날까지 모든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

○ 중장년도 핵심생산인구로

한국은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생산인구(25∼49세)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도 점점 현실화되는 상황이다. 이런 위기에 대처하려면 50대만 돼도 은퇴로 내몰리는 중장년을 대폭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장년 일자리를 크게 늘리는 한편 전직 훈련을 도입하고, 퇴직 이후 삶까지 대비하는 생애설계 프로그램을 구축하면 핵심생산인구가 50대까지 자연스레 확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편 씨가 근무 중인 TCC한진은 60세 정년에 대비해 이미 2010년부터 임금피크제(55세부터 실시)를 도입하고, 55세였던 정년을 단계적으로 늘려왔다. 또 정년퇴직한 직원을 다시 고용해서 장년근로자의 고용을 안정시키는 데 힘써 왔다. 자연스레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2012년 97명이었던 장년근로자가 최근에는 104명까지 늘어났고, 신입사원도 매년 10명 이상 채용하고 있다. TCC한진 관계자는 “고령자의 고용 안정과 장년 근로자들의 노하우 전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년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줄여 이직과 전직에 대비할 수 있게 지원하는 곳도 점차 늘고 있다. 인천의 건설업체인 대주중공업은 50대 이상 장년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근로자는 본인이 원하는 시간만큼 일을 하면서 퇴직 이후의 삶을 설계할 수 있게 됐고, 회사 측도 정년 연장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대주중공업 관계자는 “직원들의 일·가정 양립이 가능해지는 효과도 생겼다”고 말했다. 정부도 50대 이상 근로자가 주 32시간 이하로 근로시간을 줄이면 줄어든 임금의 50%와 월 30만 원의 간접노무비(건강보험료 등)를 지급하는 등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이런 노력 못지않게 국가의 뒷받침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중장년들이 ‘생애설계’를 통해 제2의 인생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전문기업에서 20년간 일하다 회사 경영난으로 2012년 퇴직한 이명자 씨(58·여)는 최근 경기 남양주 평생교육원의 강사로 채용됐다. 퇴직 후 3년여 동안 이 씨의 인생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무작정 일자리를 구해봤지만, 50세를 넘은 나이에 자격증도 없는 이 씨를 원하는 곳은 없었다. 그런 이 씨에게 희망이 된 것은 노사발전재단이 운영 중인 장년나침반 생애설계프로그램. 이곳에서 전문 컨설턴트들의 도움으로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58세의 나이에도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 씨는 “한곳에서 오래 근무하다 퇴직하면 구직정보도 구하기 힘들고 막막하기만 하다”며 “장년나침반이 재취업을 위한 ‘디딤돌’이었다”고 말했다.


○ 문제는 일자리의 질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중장년 전문인력 채용박람회’에 참가한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쓰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핵심생산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장년 인력을 대폭 활용하고, 이들의 일자리 질을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중장년 전문인력 채용박람회’에 참가한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쓰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핵심생산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장년 인력을 대폭 활용하고, 이들의 일자리 질을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한국은 중장년 고용률이 높은 국가로 꼽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4∼6월) 기준 55∼64세 고용률은 65.6%로 34개 회원국 가운데 9위다. 특히 65세 이상 고용률은 31.3%(2014년 기준)로 아이슬란드(36.2%)에 이어 2위다. 수치만으로는 중장년 인력을 핵심생산인구로 잘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의 중장년 고용률이 높은 이유는 노후를 대비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하는 ‘생계형’이 많아서다. 특히 자영업이 붕괴하면서 퇴직 이후 안정된 일자리를 갖지 못하고, 비정규직 등 질 낮은 일자리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60대 비정규직은 133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3%(14만7000명) 급증했다. 특히 국내 전체 비정규직(615만6000명) 중 50대 이상의 비율은 43.7%에 이른다. 선진국에 비해 연금소득이 적은 데다 비정규직이 이처럼 급증하면서 OECD 1위인 노인빈곤율(47.2%)도 좀처럼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장년이) 일을 하는 건 나쁜 게 아니지만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 문제”라며 “퇴직 이후의 삶을 설계하고 싶어도 정부와 기업의 지원이 부족하고, 자녀 문제 등으로 설계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가가 연금 등 사회보장정책을 지속적으로 다듬는 한편 기업 역시 적극 나서서 중장년 근로자들의 직무 능력을 높여주는 방안을 적극 도입해야 되는 시기라고 충고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임금피크제#핵심생산인구#고용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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