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 우습게 보는 폴크스바겐, 뒷짐 진 환경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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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AVK)가 2010년부터 5년 가까이 국립환경과학원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 배출가스와 소음 시험성적서 47건을 조작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26개 차종의 연료소비효율(연비) 신고 시험성적서 48건을 조작한 사실도 확인됐다. 차량을 들여올 때는 배기가스에 영향을 미치는 재순환장치 연료분사기 촉매변환기 등 17개 부품의 환경부 인증을 받아놓고, 팔 때는 인증받지 않은 부품으로 바꿔치기한 자동차가 5만여 대에 이른다. 길거리의 야바위꾼보다 더한 사기 행위를 저지른 셈이다.

경유차 배기가스 장치 조작으로 세계적 지탄을 받는 폴크스바겐이지만 검찰이 수사에 나서자 범죄행위가 양파 껍질 벗겨지듯 계속 나오고 있다. 배기가스 장치를 조작한 12만여 대의 리콜계획서는 알맹이 없게 제출해 환경부로부터 세 차례나 퇴짜를 맞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회장이 직접 나서 임의조작 사실을 시인하고 배상금이나 세금을 낸다고 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안하무인으로 나오는 것은 한국 정부와 소비자를 그만큼 가볍게 본다는 의미다.

당장 손봐야 할 문제의 경유차들이 기준치의 30배를 넘는 미세먼지를 내뿜으며 달려도 환경부는 다른 나라 상황을 지켜보며 리콜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일부 운전자는 연비가 떨어질까 봐 리콜에 응하지 않고 있다. ‘미세먼지는 나 몰라라’ 하는 행태다. 이러니 영국의 옥시레킷벤키저가 한국에서만 ‘살인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것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서만 만행을 자행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그제 ‘대기오염의 경제적 결과’ 보고서에서 “한국이 손놓고 있으면 2060년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률이 가장 높고 경제 손실 역시 가장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폴크스바겐이 한국 소비자에게 저지르는 횡포에 환경부가 뒷짐만 지고 있다가는 OECD가 경고한 사태가 더 빨리 닥칠 수 있다.
#폴크스바겐#환경부#경유차 배출가스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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