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 산업은행에서 손 못뗄 거면 차라리 민영화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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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출자 전환을 통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최대주주가 되면 최고경영자(CEO)를 전면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그제 해운업 구조조정 방침을 확정하는 자리에서 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해운동맹 변화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전문가가 CEO가 돼야 한다”고 했지만 양대 선사에 ‘낙하산’을 안 보내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산은의 133, 134번째 비금융자회사가 될 양대 선사에 해운 전문가가 사장으로 간다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정권과 코드를 맞춘 ‘전문가 낙하산’이라면 환골탈태(換骨奪胎)를 기대하긴 힘들다. 대우조선의 남상태, 고재호 전 사장은 조선업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부실을 키웠다. 지금껏 청와대가 산은 회장, 감사 자리에 ‘거물 낙하산’을 펴면 이 인사는 다시 자회사에 정피아, 관피아, 산피아를 보내 ‘꼬마 낙하산’을 꽂았다. 정부는 3년 내 산은의 기존 자회사들을 모두 매각할 계획이라지만 낙하산이 우글거리는 산은과 자회사가 정치 논리에 떼밀려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치는 바람에 대우조선을 비롯한 자회사들이 ‘공룡 좀비’ 신세로 전락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적 낙하산 인사인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이 최근 “대우조선 지원은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폭로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그는 2010년 말 박 대통령의 정책 싱크탱크로 불린 국가미래연구원의 창립 멤버였고 2013년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도 참여한 친박(친박근혜) 핵심이다. 2013년 국정감사 때 “낙하산으로 왔기 때문에 오히려 부채가 없다”고 강변했을 때 국민은 그가 소신껏 일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홍 전 회장은 무능한 정피아였다. 검찰은 대우조선 전 경영진 외에 홍 전 회장과 책임져야 할 정부 당국자까지 겨냥한 전방위 수사를 해야 한다.

이동걸 현 산은 회장은 은행 증권을 두루 경험한 금융 전문가지만 정작 구조조정 경험은 일천하다. 청와대가 먹이사슬의 꼭대기에서 인사권을 쥐고 좌지우지하는 한 정피아를 뿌리 뽑기란 요원하다. 이참에 청와대는 산은 인사에서 깨끗하게 손을 떼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지난 정권에서 시도하다 수포로 돌아간 산은 민영화의 재추진을 압박하는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kdb산업은행#현대상선#한진해운#대우조선#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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