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비극 없게… 고리원전 밀집 위험성 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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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委, 2개 추가신설때 안전성 점검
신고리 5, 6호기 4년만에 심의… 지진 등 자연재해 영향 연구 착수
일부선 “기기 공동활용 등 장점도”

10개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하게 되는 고리 원전의 동시사고 위험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원전들이 모여 있을 경우 발생하게 될 동시사고 가능성 조사에 착수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울산 울주군에 들어서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허가를 심의했다. 2012년 9월 한국수력원자력이 건설허가를 신청한 지 4년 만에 열린 첫 심의였다. 하지만 ‘다수호기(한곳에 여러 개의 원전이 들어서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결론을 짓지 못하고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신고리 5, 6호기의 경우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다수호기라는 점이다. 현재 고리 원전은 고리 1∼4호기, 신고리 1, 2호기가 운영 중이며 올해 안에 신고리 3, 4호기가 건설된다. 여기에 신고리 5, 6호기가 들어서게 되면 총 10개 원전이 한 지역에 밀집하게 된다.

다수호기의 경우 원전이 따로 떨어져 있는 단일호기보다 자연재해 등으로부터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6개 원전이 밀집돼 있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은 지진해일(쓰나미)로 전기가 끊기면서 3개의 원자로 냉각장치가 작동을 멈춰 연쇄 수소폭발을 일으켰다.

원안위는 다수호기 원전의 안전성을 확인했지만, 이에 대한 추가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관련 연구개발(R&D)에 착수했다. 올해 안으로 연구 계획을 수립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다수호기의 위험도에 대한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지진이나 해일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단일 원전이 버틸 수 있는지는 검증할 수 있지만, 여러 개 원전이 모여 있을 때 동시에 사고가 나고 한꺼번에 위험해질 확률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한수원이 제출한 신고리 5, 6호기 건설허가 신청서를 검토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국내 원전의 경우 원자로 등 안전계통이 모두 분리돼 있어 여러 원전이 모여 있어도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다만 현재로서는 다수호기의 위험성을 검증할 방법 자체가 세워져 있지 않아 이에 대해서는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다수호기 원전의 위험성과 함께 장점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단일호기에 비해 사고 위험성이 높아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원전 여러 개를 한곳에서 모아 관리하는 만큼 경제적으로 효율성이 높아진다”며 “이동형 발전차 등 예비장비와 방사능 방재약품을 공통으로 돌려 쓸 수 있어 안전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수호기 위험성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신고리 5, 6호기 건설허가 의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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