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디자인의 새 초점 ‘박스 여는 재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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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발전 못지않은 포장의 진화

오른쪽부터 순차적으로 열 수 있도록 디자인한 삼성전자 갤럭시S7 패키지(위 사진). 자석으로 여닫기 편하게 해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박스를 열었을 때 팝업 형태로 스마트폰 캐릭터가 등장하는 LG전자 아카폰 패키지는 지난해 미국과 
독일에서 주요 디자인상을 받았다. 각 사 제공
오른쪽부터 순차적으로 열 수 있도록 디자인한 삼성전자 갤럭시S7 패키지(위 사진). 자석으로 여닫기 편하게 해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박스를 열었을 때 팝업 형태로 스마트폰 캐릭터가 등장하는 LG전자 아카폰 패키지는 지난해 미국과 독일에서 주요 디자인상을 받았다. 각 사 제공
“일단 제품 박스 외형부터 보면 메탈 느낌이 나게끔 ‘삼성전자 갤럭시S7’이라고 프린팅을 해서 고급스럽네요. 지금부터 뜯어보겠습니다.”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갤럭시S7 ‘언박싱(Unboxing)’ 영상 도입부에서 진행자는 이렇게 말한 뒤 조심스레 박스를 뜯는다.

최근 정보기술(IT) 얼리어답터 사이에선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나오면 제품뿐만 아니라 제품이 담겨 있는 포장 박스도 관심 대상이 된다. 언박싱, 즉 박스를 뜯어 제품을 꺼내는 과정이 인기를 끌면서 언박싱 영상만 모아둔 사이트가 생기기도 했다. 2년 전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아이폰6’ 언박싱 영상을 직접 올려 화제가 됐다. 언박싱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전자업계에서는 ‘OOBE’(Out Of Box Experience·박스에서 제품을 꺼내는 경험)라는 마케팅 용어까지 등장했다.

제조사들은 소비자와 제품의 첫 접점인 박스 디자인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고 제품과 일체된 디자인을 강조하고 있다. 주요 제조사들은 패키지만 디자인하는 자체 인력을 따로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무선사업부 디자인팀 산하에 전담 디자이너들을 뒀다. LG전자는 디자인센터 내 비주얼 아이덴티티(VI)팀에서 포장 디자인을 담당한다.

스마트폰이 발전하는 동안 박스들도 함께 진화해왔다. 갤럭시S3까지 아무 무늬 없는 검은색 상자 형태로 박스 디자인을 유지해 오던 삼성전자는 갤럭시S4와 갤럭시S5에는 나뭇결을 그려 넣어 원목 느낌이 나는 박스를 채택했다. 100% 재활용 종이 포장재를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나무 11만 그루를 보호하는 효과를 거둔 ‘친환경 패키지’로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패키지 부문에서 상도 받았다. 최신 제품인 갤럭시S7은 주력 모델인 블랙 색상을 강조해 박스도 완전히 검은색으로 포장했다. 포장재로 광택이 없는 소재를 활용해 스마트폰의 주요 소재인 메탈과 강화유리가 돋보이도록 했다.

LG전자는 G5의 모듈 방식을 강조하기 위해 제품 패키징에도 모듈 형태를 적용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상자에서 제품을 꺼내는 순간부터 모듈 방식을 간접 경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흰색 박스 겉면을 위로 밀어 올리면 스마트폰 본체에서 배터리 모듈이 분리되듯이 제품 박스가 나온다. 박스 색상도 일부러 배터리 색상과 같은 라임색을 선택했다.

LG전자는 박스도 제품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 디자인한 경우가 많다. 커브드 스마트폰인 ‘G플렉스’는 상자 윗면을 곡면으로 처리해 제품의 아이덴티티를 살렸다. 눈알이 움직이는 디자인을 한 캐릭터폰 ‘아카’는 박스 상단에도 스마트폰처럼 익살맞은 표정의 눈을 그려 넣었다.

제품마다 박스 디자인을 달리하는 국내 제조사들과 달리 애플은 사과 로고를 새긴 흰색 박스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실제 스마트폰 사진을 전면에 새긴 흰색 박스가 이미 애플의 시그니처 디자인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중저가 스마트폰의 경우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달리 개성보다는 경제성을 중시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원가를 낮추기 위해 포장 공정 자동화를 시도하는 한편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최대한 가벼운 종이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스마트폰#디자인#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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