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옆 회의는 그만”…사무실 공유 ‘위워크’ 가봤더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5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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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남는 재화를 공유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공유경제가 화두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 기업은 이미 제너럴모터스(GM), 메리어트호텔 등 기성 산업군의 가치를 뛰어넘어 대기업으로 올라섰다.

2010년 설립된 사무실 공유 임대 서비스 업체 위워크도 마찬가지다. 올해 3월 중국 투자자 호니 캐피털, 레전드 홀딩스 등으로부터 4억3000만 달러(5117억 원)의 투자를 받으며 기업가치를 지난해 100억 달러(약 11조8100억 원)에서 160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위워크는 전 세계 28개 도시에서 약 90개 빌딩을 운영하고 있다.

위워크는 한국 진출을 위해 4일 서울 강남역 인근 홍우빌딩을 임대했다고 밝혔다. 정식 서비스는 연내 시작할 방침이다. 동아일보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트랜스베이에 있는 위워크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봤다.

●사무실 공유로 네트워킹 효과, 업무 효율↑

위워크 트랜스베이 사무실은 건물 14층에서 20층에 걸쳐 있다. 필수 사무공간만 각 입주 회사가 계약을 맺어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모든 시설은 공유했다.

우선 층층마다 음료, 머핀 등을 즐길 수 있는 주방과 커피숍처럼 마련된 테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당구대, 테이블축구게임기도 있었다. 이는 디자이너 출신 미구엘 맥켈브리 위워크 공동창업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입주사끼리 요깃거리를 하고, 게임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네트워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인 에버웰의 크리스티나 쿤즈 매니징 파트너는 “다른 스타트업들과 네트워크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우리 고객 일부도 위워크에서 만난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위워크에는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유명 벤처투자사(VC), 은행, 보험회사 등도 함께 입주해있다. 스타트업들이 손쉽게 이들로부터 투자 상담, 멘토링 등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위워크 사무실에 입주하면 업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스타트업은 비용 문제로 비좁은 사무실을 임대할 수밖에 없어, 남녀가 화장실을 함께 사용하거나 회의실이 부족해 인근 카페에서 미팅을 하는 사례가 빈번히 일어난다.

마케팅 회사인 프레드릭의 코리 코삭 대표는 “독자적으로 사무실을 임대하다가 위워크를 통해 사무실을 공유하고 있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사무실이 워낙 많다보니 과거 미팅룸이 모자라 화장실 옆에서 회의하던 관행이 없어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위워크 측은 자사 서비스 이용 시 타 건물 입주 대비 약 25%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점 때문에 위워크 입주를 위해 많게는 90일 넘게 기다리는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존 슬라빗 위워크 미국 중서부 총괄은 “회사의 명성, 지위 등을 검토해 입주사를 받아들일지 결정 한다”며 “현재 샌프란시스코에만 6개의 위워크 사무실이 있는데, 높은 수요를 반영해 이른 시일 내에 인근에 오피스 2곳을 더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판 위워크 나오려면

한국에서 위워크가 나오기 위해서는 정부, 스타트업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이에 대해 매튜 샴파인 위워크 아시아태평양 지역담당 이사는 “한국 정부가 사무공간 제공부터 투자자 연결까지 원스톱으로 창업을 지원하는 팁스(TIPS)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매우 놀랐다”고 칭찬부터 했다. 이어 “하지만 초기 창업자를 위한 멘토링 제공, 스타트업 간 커뮤니티 조성 등 스타트업들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스타트업을 꿈꾸는 한국 창업가들에 대한 조언을 해달라’는 질문에 샴파인 이사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혼자가 아니라 남들과 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무실 공유를 넘어 입주사끼리 협업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위워크의 철학이 담긴 답변이었다.

샌프란시스코=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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