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가입을 ‘기업 특판’ 위장… 통신사의 꼼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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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50만원 장려금 지급 등 불법영업… 본사 확인땐 ‘××병원 직원’ 응답 코치

일부 통신 업계에서 일반 가입자를 ‘기업 특판’ 가입자로 둔갑시켜 싼값에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정한 판매장려금(리베이트) 30만 원을 훨씬 넘는 최대 50만 원대 리베이트를 지급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방통위는 이번 사안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 특판은 통신사가 특정 기업 혹은 기관과 B2B(기업과 기업 간의 거래) 계약을 맺고 해당 기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형태다. 한 번에 수백∼수천 명의 가입자를 유치하기 때문에 정해진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스마트폰을 판매할 수 있다. 특판용 기기는 출고가가 낮게 책정되거나 본사에서 대리점에 제공하는 리베이트를 높여 우회 지원금을 추가로 제공하는 식으로 가격을 낮춰 왔다.

실제 LG유플러스는 이를 불법 영업에 활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본사에서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기업 특판 담당 대리점에 ‘A가’ ‘S가’ 등 암호처럼 표시된 ‘둔갑용’ 가격을 따로 하달했다. 그러면 대리점은 찾아온 일반 가입자들에게 해당 가격을 적용해 스마트폰을 싸게 판매하는 대신 기업 가입자로 둔갑시키는 데 동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판 기간에 개통해야 하므로 개통 시일이 조금 늦춰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싼 가격에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쪽을 택했다. SK텔레콤과 KT 또한 일부 판매점을 통해 이 같은 관행을 보여 왔다.

이 같은 대리점은 “본사에서 신규 가입자에게 일괄적으로 전화 확인을 한다. 그때 ‘○○병원 직원이고, 병원을 통해 가입했다’고 대답하라”며 조언하기도 했다. 통화 내용이 녹음되거나 본사 안에서도 널리 알려지는 걸 방지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기업 가입자의 경우 일반 가입자에 비해 방통위가 초과 리베이트 등의 정황을 적발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이번 편법 영업은 이러한 맹점을 악용한 것으로, 일반 가입자와의 형평성 문제와 더불어 B2B와 B2C(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 통신 시장의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게 방통위의 시각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는 엄연히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로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통신 업계 관행이지만 회사별로 정도의 차이가 있었던 점을 인정한다”며 “향후 이를 적극 근절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기업특판#통신사#불법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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