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지하금고 수조원 현금 극비 수송작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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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6월 대대적 건물 보수공사
인근 삼성 본관으로 3년 한시 이전… 특수트럭으로 현금 옮겨 분산보관

한국은행이 내년 6월부터 3년간 현 소공동 본관(서울 중구 남대문로)을 떠나 태평로의 삼성본관 건물에 둥지를 튼다. 한은이 1950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낡은 별관을 재건축하고 본관은 보수하는 대대적인 공사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공사에 앞서 한은은 본점 지하금고에 보관된 수조 원대의 현금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이에 따라 내년에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대규모 ‘현금 수송 작전’이 서울 시내에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한은에 따르면 소공동 본관 및 별관 개보수 공사가 진행되는 내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한은 본점 인력 1100여 명은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일하게 된다. 1950년 6월 창립 직후 6·25전쟁 때문에 부산으로 본부를 임시 이전한 것을 빼고 총재를 비롯한 본점 직원 전원이 소공동 본관을 떠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 관계자는 “을지로 삼성화재 건물 등 반경 1km 내에 있는 대형 빌딩들을 검토한 끝에 삼성본관을 우선협상대상으로 정했다”며 “현재 임대료 협상을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1976년 준공된 삼성본관은 입주해 있던 그룹 금융계열사들이 강남지역으로 이전함에 따라 빈 공간이 생겼다. 이 건물은 풍수적으로 ‘돈이 모이는’ 명당 자리로 알려져 있으며, 인근에 조선시대 후기 때 근대식 백동전을 제조하던 ‘전환국’도 있었다.

현재 소공동 한은 본점은 약 2만3000m²의 터에 1912년 일제가 세운 구관(현 화폐박물관)을 비롯해 1932년과 1964년에 지은 2개의 별관, 1987년 준공한 16층짜리 본관 건물 등으로 이뤄졌다. 최고 등급의 국가보안시설인데도 건물이 많이 낡은 데다 최근 주변에 호텔 등 고층건물이 들어서면서 보안성이 취약해지자 대대적인 개보수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 한은 본점 지하금고에는 한은이 시중에 방출하기 전인 신권들과 유통 과정에서 회수해 일시 보관하는 미발행 화폐가 들어 있다. 정확한 액수는 공개되지 않지만 수조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공사에 앞서 이 현금들을 서울 강남 등 수도권 지역본부 지하금고로 순차적으로 옮겨 보관할 방침이다. 다만 한은이 보유한 금 104t은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에 보관돼 있어 이송 대상이 아니다.

한은은 최대한 안전하고 비밀스럽게 현금을 옮기는 방안을 찾고 있다. 앞서 2012년에 한은 제주본부가 신축 건물로 이사할 때도 1000억 원대의 현금을 옮기면서 무장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는 등 철통 보안 속에 수송 작전을 벌였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에도 일반 현금 수송차량과 달리 한은만 이용하는 ‘특수 트럭’으로 현금을 옮길 예정”이라며 “언제, 어떤 방식으로 현금을 이송하는지는 기밀사항”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번 주말을 이용해 현재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건물에서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건물로 이사한다. 정부서울청사에 있던 인사혁신처와 국민안전처가 세종시로 이전한 데 따른 것이다. 2008년 출범한 금융위는 서울 반포동, 여의도 등을 거쳐 서울청사에 처음 입주한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한국은행#지하금고#수송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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