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없는 명품” 로고리스 대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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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뺐지만 가격 합리적”… 경기침체로 실용적 제품 선호
가죽제품서 생활용품으로 확산

부산에 사는 주부 손미정 씨(46)는 브랜드를 나타내는 상표가 없는 옷과 가방, 구두를 주로 구입한다. 주변 사람들은 자주 그의 물건을 보고 “어디 제품이냐”라고 묻는다. 손 씨는 “젊을 때에는 브랜드가 크게 드러난 제품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많은 사람이 가진 물건을 들고 다니는 것 같아 개성이 없게 느껴진다”고 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도 상표 없는 상품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손 씨는 “단순한 디자인의 제품은 어디에나 잘 어울려서 하나만 갖고 있어도 실용적”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브랜드 로고가 없는 ‘로고리스(Logoless)’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로고리스의 인기는 명품업계에서 시작됐다. 상표를 드러내지 않아 유행을 타지 않는 명품 가방을 찾던 수요는 이제 생활필수품, 식품 등 보다 대중적인 상품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단순함을 추구하는 경향)의 영향으로 기능을 강조한 실용적인 상품을 찾는 소비자도 늘었다.

○ 로고 빼니 가격도 합리적

2014년 첫 정식 매장을 현대백화점에 낸 국내 가죽 잡화 브랜드 ‘리틀파머스’의 가방, 구두 등에는 브랜드 로고가 없다. 따로 광고를 하지 않는데도 알음알음 찾는 고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고급 천연 가죽을 재료로 제작한 가방의 가격은 20만∼40만 원 선. 김은정 리틀파머스 실장은 “로고를 붙이면 더 비싸게 팔 수도 있지만 누구든지, 어디서나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들자는 게 우리의 뜻”이라고 했다. 브랜드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고객이 직접 로고 없는 물건을 만들 수 있는 공방도 운영한다.

지난해 처음 선을 보인 이마트의 자체브랜드(PB) ‘노브랜드(No Brand)’는 이름부터 로고리스를 지향한다.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글자로 ‘주방세제’ ‘다크 초콜릿’ 등 상품의 성격만 적어 이마트의 제품인지 알아차리기 힘들다. 단순한 색깔만 사용해 포장지 인쇄 도수를 낮췄고 물티슈는 플라스틱 뚜껑을 없애 생산 원가를 낮췄다. 비닐 대신 종이로 포장한 건전지는 개당 가격이 198원으로 일반 상품의 최저가인 540원보다 63%나 싸다.

○ ‘상징 로고’ 없애는 유명 브랜드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 브랜드도 과감하게 ‘상징 로고’를 없애고 있다. 스포츠의류 브랜드 아디다스는 신발 ‘이지부스트 350’의 겉면에서 이 브랜드의 상징인 삼선 로고를 빼는 대신 깔창 안쪽에 조그맣게 넣었다. 인기 러닝화 노마드(NMD) 시리즈는 신발 겉면과 삼선 패턴의 색을 같게 해 로고를 숨겼다.

독일의 주방용품 업체 휘슬러의 제품도 어떤 브랜드의 물건인지 한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혼수제품을 사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인기다. 이승신 건국대 교수(소비자정보학과)는 “소비자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로고로 과시하기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 간결하고 실용적으로 보이는 제품을 찾고 있다”며 “로고리스 제품은 실용성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타고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백연상 기자
#상표없는 명품#로고리스#가격#경기침체#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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