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 30% 세액공제는 탁상공론”… 기업들 냉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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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한 명 구하기조차 어려운 중소기업이 신산업 연구개발(R&D)만을 위한 전담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라고요? 정부가 현장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지난달 말 정부가 성장동력 육성을 위해 신산업 R&D 분야 세액공제율을 최대 30%까지 올리며 해당 분야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기업들은 냉담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들은 정부가 기업 현장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탁상공론’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행 조세제한특례법 시행령에 따르면 신성장동력산업 및 원천기술 분야 R&D로 세금 혜택을 받으려면 별도 전담 연구조직이 필요하다. 회계처리도 따로 이뤄져야 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세제, 예산, 금융상 파격적인 인센티브 정책을 제시하며 신산업 육성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지만 기존 제한 조건은 그대로다.

소프트웨어(SW) 분야 중소기업인 A사 관계자는 “10명 이내 연구조직을 운영하는 중소기업들은 당장 먹고살 기술과 미래 신산업을 같이 연구해야 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몇 개의 과제를 진행하고 있어 연구조직을 별도로 운영하라는 조건은 맞추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10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가 발표한 ‘기업의 신산업 및 원천기술 R&D의 세액공제 활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380개) 중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기업은 45.3%(172개)에 그쳤다. 절반 이상이 신산업이나 원천기술 분야의 R&D로 세금 혜택을 받지 못한 것이다. 규모별로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57.1%는 이 제도를 활용한 적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44.1%만이 세금 감면 혜택을 받았다.

기업 절반가량이 혜택을 봤더라도 실제 세금 감면 규모는 크지 않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01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신산업 및 원천기술의 R&D 세금 감면 규모는 373억 원에 그친다. 이후 현황 자료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업들은 연간 최대 1000억 원 미만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반 R&D에 대한 세액감면 규모가 연간 3조 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신산업 육성을 위한 조세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 기업들(54.7%)은 해당 제도를 활용하기 어려운 이유로 ‘세액공제 정보 부족’(27.9%)과 ‘까다로운 세액공제 조건’(17.8%) 등을 꼽았다. 특히 연구조직을 분리하라는 조건은 R&D 특성상 대기업조차 맞추기 힘든 조건이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R&D는 프로젝트 단위로 운용되다 보니 원천기술부터 상용기술까지 연달아 이뤄지는데 이걸 물리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오히려 프로젝트 자체를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기협 측은 “신성장동력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세액공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세액공제 조건을 현실에 맞게 보완하고, 중소기업에는 세제 지원 제도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활용 사례 등을 제공하는 차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신산업#세액#공제기업#연구원#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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