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兆 추가실탄 필요” 보험업계 ‘국제회계기준 시즌2’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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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새 회계기준 도입 놓고 들썩

서울 중구 태평로 사옥의 주인이던 삼성생명이 32년 만에 세입자가 됐다. 기존 사옥을 부영그룹에 5000억 원대에 매각하고 삼성전자가 주인인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 사옥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삼성생명이 이사를 결심하게 된 것은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자금 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보험업계에서는 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삼성생명이 새로 준비해야 할 돈이 수조 원이 넘는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생명 외에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도 보유한 부동산 매각을 추진하며 자본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 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보험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IFRS4 2단계는 보험사의 부채를 보험 계약 당시의 원가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회계를 작성하는 시점의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당국은 새로운 회계기준의 도입을 더이상 늦출 수 없다면서 이에 대한 보험사들의 철저한 대비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업계에서는 IFRS4 2단계 도입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새로운 회계기준을 적용하려면 보험사들이 천문학적인 자본 확충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과거에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팔았던 생명보험사들이다. 이 회사들은 시장금리가 떨어지는 것을 예측하지 못하고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상품을 팔며 막대한 평가손실을 봤지만 지금까지는 이를 회계 장부에 반영하지 않았다. 기존 회계기준에 따라 상품 판매 시점의 금리 수준에 맞춰 책임준비금(보험금을 계약자에게 돌려주기 위해 보험사가 쌓는 돈)을 산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부터는 보험사가 낮아진 시장금리 수준에 맞춰 책임준비금을 매년 일일이 재평가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고금리 상품 판매로 인한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사의 부채가 크게 급증할 수밖에 없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IFRS4 2단계 도입을 위해 2014년 말 현재 1조 원 이상의 추가 자본이 필요한 생보사가 5곳에 이른다”며 “전체 보험업계를 합치면 40조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IFRS4 2단계 도입은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새 회계기준 도입으로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이 낮아지면 일부 보험사는 소비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게 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특히 지금도 영업적자를 내고 있는 일부 보험회사의 경우 새 회계기준에 적응하지 못하면 회사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들의 충격을 일정 부분 완화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저금리로 위기에 봉착한 보험업계의 하소연을 어느 정도 들어주겠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업계와 당국이 대화를 해나가며 완충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도 “지나치게 감독기준을 완화하면 새 회계기준의 도입 취지가 흐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


2020년 도입 예정인 새 회계기준으로 앞으로는 보험사의 부채를 원가 기준이 아닌 실제 위험률과 시장금리 등 시가 기준으로 재평가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과거에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팔았던 보험사는 추가로 쌓아야 할 적립금이 크게 늘어난다.
#보험#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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