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키운 경영진은 책임 안지고 ‘먹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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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협약 직전 보유주식 매각… 배임-분식회계 해놓고 처벌 면해
“도덕해이 엄중히 책임 물어야”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데에는 1차적으로 회사 경영을 제대로 못한 경영진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경영진과 대주주는 이에 책임을 지기는커녕 오히려 ‘먹튀’ 논란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진해운에선 자율협약 신청 직전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던 한진해운의 주식 96만 주를 전량 매각했다. 금융당국은 최 회장이 내부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주식을 팔아치웠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착수했다.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진은 2013∼2014년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당시 수억 원의 연봉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상선, 현대중공업 경영진도 누적 적자가 쌓여가던 지난해까지 거액의 보수를 받아 챙겼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영진과 대주주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최근에는 부실경영을 한 경영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낮추려는 움직임마저 감지된다. 우선 배임죄로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재계에서는 아예 배임죄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분식회계에 대한 처벌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관련 경영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분식회계 방지 대책은 기업 회계를 감사하는 회계법인에 책임을 묻는 게 핵심이다.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 금융당국에서 분식회계를 저지른 경영진에 할 수 있는 조치는 해임 권고가 전부다.

국책은행이 워크아웃과 자율협약을 이끌어 가는 현재의 구조조정 시스템이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를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정책학)는 “현행 구조조정 시스템은 대주주의 경영권은 그대로 둔 채 망가진 회사를 건전한 회사로 바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선을 다한 경영진과 그렇지 않은 경영진은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책임 소재가 분명한 경우는 경영진과 대주주를 처벌해야 하지만 경영 과정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 인정되는 경영진에 대해서는 면책을 해주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경영진#자율협약#보유주식#매각배임#분식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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