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ISA+로보어드바이저금융에 훈풍이 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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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증권사들 앞다퉈 새상품 내놓고 경쟁 나서

여러 금융상품을 한 바구니에 담아 관리하면서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 한 달 반 만에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으며 ‘국민 재테크 통장’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와 함께 시중은행들과 증권사들이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도 적극 도입하면서 재테크 시장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금융공학적 알고리즘을 이용해 고객의 성향을 분석한 뒤 자산관리 방안을 제안하거나 운용해주는 서비스다.

ISA, 은행 안정성 vs 증권사 고수익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ISA 판매를 시작한 3월 14일부터 이달 24일까지 가입 금액은 1조1544억 원으로 집계됐다. 가입자 수도 163만1694명에 이른다. 가입자의 90%는 은행의 ISA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은 증권사가 263만 원으로 은행(50만 원)보다 5배 넘게 많았다. 안정성을 더 중시하는 은행 고객의 보수적인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11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일임형 ISA도 안정성에 더 방점이 찍혀 있다. 일임형 ISA는 고객이 직접 바구니에 담을 금융상품을 고르는 신탁형과 달리 고객의 투자성향에 따라 금융사가 제시한 모델포트폴리오(MP)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되는데 신한은행과 IBK기업은행은 MP에서 ‘초고위험’을 아예 제외했다. 신한은행은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등 3가지 투자성향을 각각 적극형과 보수형으로 나눈 6개의 MP에 ‘초저위험’을 추가해 모두 7개 MP를 제공한다. IBK기업은행도 초저위험부터 고위험까지 7개의 MP를 제시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모두 10개의 MP를 마련했는데 이 중 안정성에 방점을 둔 MP가 6개에 이른다.

또 우리은행은 이달 14일부터 ISA에서 가입할 수 있는 ‘ISA 적금’을 금융권 최초로 선보였다. 지금까지는 ISA에 가입할 수 있는 상품 중 정기적금이 없었다. 가입 기간은 1∼3년 이며 금리는 최고 연 3.4%(3년 기준)다.

반면 증권사들은 은행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 적극투자형의 포트폴리오에 위험 자산들을 편입시켜 은행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주가연계증권(ELS)을 포트폴리오에 적극 배치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위험자산 비중 80%인 초고위험 포트폴리오에 ELS 비중을 최대 20%까지 설정했다. ISA 전용 ELS를 내놓은 대신증권은 지수형 ELS와 함께 글로벌 기업의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ELS도 편입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위험자산 비중이 70%인 적극투자형 포트폴리오에 상장지수펀드(ETF)와 인덱스펀드를 활용해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는 ‘패시브’ 전략을 구사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적극투자형 ISA에 ETF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ETF 전용 포트폴리오’가 있다. 또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주요 증권사들은 ISA 가입자에게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 투자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금융권에 부는 로보어드바이저 바람


시중은행과 증권사들은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금융상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12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고객 맞춤형 펀드 추천 서비스인 ‘S로보 플러스’를 출시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로그인을 하지 않고도 몇 가지 질문에 답하면 본인의 투자성향을 확인할 수 있고 그에 맞는 펀드 포트폴리오 자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우리은행도 지난달 ISA에 가입할 때 이용할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베타 서비스’를 도입했다. 투자 목적, 투자 기간, 목표 수익률 등을 입력하면 투자 성향을 분석해 그에 맞는 최적의 포트폴리오와 추천 상품, 예상 수익률을 보여준다.

이미 안정적인 수익을 올린 상품도 있다. KB국민은행이 올해 1월 내놓은 ‘쿼터백 R-1’은 일반 펀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는데도 출시 2개월 만에 2% 후반대의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은 자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를 바탕으로 조만간 랩어카운트(개인자산관리계좌)와 사모펀드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현재 로보어드바이저의 핵심 기술인 투자성과 검증 시스템에 대한 특허 출원을 했으며, 올해 7월에는 금융당국이 주관하는 ‘금융규제 테스트 베드’에 참여할 예정이다. 키움증권도 조만간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투자 자산을 배분하는 로보어드바이저를 내놓을 계획이다.

다른 금융사들은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자문사에 자문을 하는 랩어카운트를 속속 내놓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11일 디멘젼투자자문, 쿼터백투자자문, 밸류시스템투자자문 등 3개 업체에 자문을 하는 ‘한국투자로보랩’을 내놨다. NH투자증권은 20일 디셈버투자자문의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해 전 세계 펀드를 투자 대상으로 삼는 ‘QV 로보랩’ 판매를 시작했다. 신긍호 한국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부 상무는 “로보어드바이저는 일반 투자자들이 소액 자산으로도 쉽게 자산 배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고객 저변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이건혁 기자
#money&life#로보어드바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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