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실제 분위기는 차분하다 못해 냉랭했다. 본회의에 앞선 언론 포토타임에 어색한 웃음꽃이 잠깐 피었을 뿐 1시간 남짓한 회의 내내 참석자들은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다. 누군가 “다들 왜 이리 심각하세요?”라며 분위기 전환을 꾀했지만 “지금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참석자 대부분이 표정을 펴지 못했다. 여당 참패라는 4·13총선 결과가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든 원인이었다.
총선 직전까지 여당은 과반을 넘어 180석 확보까지 자신했고, 재계와 정부는 이를 기정사실로 보고 다양한 경제 협력 방안을 추진했다. 14일 배포된 4쪽짜리 간담회 보도자료에는 이런 기대가 고스란히 담겼다. 정부는 보도자료에서 국회에 국민과 기업의 간절한 염원이라며 19대 회기 내에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 입법의 조속한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모든 역량을 모아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기업에는 연초에 수립한 투자 계획이 실제로 전액 집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자료에 나열된 얘기들이 현실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실망과 당혹감이 이날 간담회를 시종 지배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우려가 현실화하는 일을 막기 위해 민관이 다시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경련에 따르면 올해 30대 그룹의 투자 계획은 122조7000억 원 규모다. 재계는 이를 좌고우면하지 말고 금년에 모두 조기 집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 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애로사항이 있다면 정부가 앞장서서 해결해 줘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미뤄뒀던 기업 구조조정과 규제개혁,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투자 등을 서둘러야 한다.
지금부터 대통령 선거전이 본격화하기 전인 올해 말까지 8개월여가 한국 경제가 선진국으로 도약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만들고, 민주주의의 꽃을 피운 전 세계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그 저력과 DNA를 다시 일깨울 시간이 아직은 남아 있다.
황재성 경제부장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