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ase & Interview]“강한 추진력보다 귀가 열린 리더를 뽑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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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채용-승계문제 전문 ‘이곤젠더’ CEO 라지브 바수데바

2014년 1월부터 글로벌 인재컨설팅 회사 이곤젠더를 이끌고 있는 라지브 바수데바 최고경영자(CEO). 그는 경영자 승계 과정에서
 제대로 된 절차와 과정을 수립하는 것이 기업의 미래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2014년 1월부터 글로벌 인재컨설팅 회사 이곤젠더를 이끌고 있는 라지브 바수데바 최고경영자(CEO). 그는 경영자 승계 과정에서 제대로 된 절차와 과정을 수립하는 것이 기업의 미래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위대한 경영자’의 목록에서 빠지는 일이 없는 잭 웰치 전 GE 회장. 그의 여러 가지 업적 중 하나로 반드시 언급되는 것이 바로 ‘리더십 파이프라인’과 ‘크로톤빌 연수원’ 등으로 상징되는 인재 개발·육성 그리고 승계 시스템 구축이다. 그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시스템에다 ‘사람 보는 눈’을 더해 지금의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이멀트를 발굴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잭 웰치조차 하급 관리자 시절 자신이 내린 인사 결정의 “50%는 실패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승진을 거듭하며 약 30년이 지나 ‘위대한 경영자’의 반열에 오른 CEO 재직 시절에 내린 인사 결정에 대해서도 스스로 “20%는 실패했다”고 고백한다. 잭 웰치가 이 정도라면 다른 경영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인재 채용’과 ‘승계’는 이처럼 세계적인 경영자들조차 자신 없어 하는 문제다. 이에 대한 솔루션을 듣기 위해 지난 50년간 이 문제를 집중 연구하며 기업들을 도왔던 글로벌 서치·인재컨설팅 회사인 이곤젠더의 라지브 바수데바 CEO를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만났다. 그와의 인터뷰 기사 전문은 DBR 198호(4월 1호)에 실려 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가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 혹은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가.

“말 그대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기계는 점점 더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고 대부분의 반복 작업은 자동화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자동화가 진전될수록 리더의 역할, 사람의 역할도 중요해진다. 사람들의 선호를 반영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며, 사람들이 기계에 어떻게 적응하고 함께 일하면서 상호작용할지 등에 대해 리더가 판단하고, 조율하고, 방향 제시를 해야 한다. 물리적인 힘은 로봇이 더 세고, 계산 능력이나 분석 능력 등은 인공지능이 더 높을 수 있다. 하지만 감성을 이해하고 사람 사이, 사람과 기계 사이 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은 인간만이 갖고 있다. 리더가 여전히 혹은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연결된 세상’에서 집단지성의 발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시대에 리더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지금처럼 복잡하고 불확실하며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세계에서는 혼자 힘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 자체가 힘들다. 이럴 때일수록 리더는 겸손해야 한다. 자신이 모든 걸 알지는 못한다는 점을 반드시 인정하면서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다른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리더들이 이끄는 기업의 성과가 높게 나왔다. 앞으로 ‘훌륭한 리더’는 이제 예전과 같이 ‘정확한 판단력’이나 ‘강한 추진력’ 같은 덕목을 가진 리더들보다 주변에 수많은 다른 리더들을 두고 집단지성의 힘을 빌려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될 것이다. ‘존루이스’라는 영국 기업은 회사의 주식을 직원들이 소유하고 다수의 직원들이 토론하면서 회사의 미래를 함께 그려가고 있다. 리더는 그중에서 좋은 의견들을 취합해 실행하면 된다. 현재 그 기업은 카리스마적인 리더 없이도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 모든 직원이 리더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곤젠더에서 인재를 찾을 때 지키는 원칙, 그리고 좋은 인재를 찾는 노하우는 무엇인가.

“‘훌륭한 인재를 찾는 법’에 대해 얘기하려면 ‘리더십 발전의 역사’부터 살펴봐야 한다. 첫 번째 리더십의 시대는 ‘적자생존 리더십’이었다. 사냥과 전투에서 살아남도록 이끄는 리더, 물리적으로 가장 강한 자가 리더가 되는 시대였다. 두 번째 리더십의 시대는 산업혁명 시기에 찾아온 ‘경험의 시대’였다. 숙련공부터 ‘산전수전 겪은 리더’가 각광받는 시대였다. 그 후 ‘지식노동자의 시대’를 거쳐 현재 ‘적응 능력’을 리더의 최고 덕목으로 치는 시대가 됐다. 여기에서 적응 능력이란 사실 ‘잠재력’을 말한다. 어려워지는 환경에 대응하고 복잡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적응력, 그리고 잠재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리더십 평가를 위한 가장 좋은 수단으로 ‘과거 성과’를 꼽았다. 하지만 지금은 예측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로, 예전의 성과보다는 얼마나 급변하는 상황에 잘 적응할 잠재력을 갖고 있는가가 더 중요해졌다.”

―‘잠재력’은 과거 성과나 역량 혹은 능력 등에 비해 측정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물론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곤젠더에서는 이와 관련한 기준을 세웠다. 첫째는 ‘호기심’, 둘째는 ‘통찰력’, 셋째는 ‘직원과의 연결을 중시하고 잘하는 능력’, 마지막으로 ‘단호한 결정력’ 이렇게 네 가지다. 얼마 전 이곤젠더에 어느 기업이 CEO 승계 문제를 의뢰했다. 성과가 높은 두 명의 후보를 알려주면서 누가 나은지 물었다. 이때 이곤젠더는 아예 후보의 풀을 넓히자고 제안했다. 앞서 말한 네 가지 기준을 충족한 ‘잠재력 있는 후보군’을 우리가 알아냈기 때문이었다. 이후 정말로 우리가 제안한 다른 후보군에서 CEO가 선출됐고 그는 현재 기업을 아주 잘 이끌고 있다.”

―한국은 가족 승계 기업이 많다.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나.

“중요한 건 승계를 할 경영자가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냐, 전문경영인이냐가 아니다. 그보다는 해당 기업이 처한 상황에 어떤 리더가 필요한지를 파악하는 게 먼저다. 인도의 가장 큰 기업인 타타그룹은 경영 상황이 안 좋아지자 후계자를 정하기 위해 내부의 후보와 외부의 후보 모두를 살피는 독립적인 이사회를 만들었다. 모든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게 매우 중요했기에 이는 반드시 필요한 절차였다. 이 과정에서 기업도 지금 필요한 게 무엇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하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했다. ‘장자 승계’를 하더라도 실제 다른 후보들을 놓고 충분히 ‘후계자는 바뀔 수 있다’는 전제하에 상황과 비전에 맞춰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 가족 승계는 인재풀이 작고, ‘가족 간의 감정’이 경영에 들어갈 수 있다는 단점도 크지만, 그를 상쇄할 만한 장점도 분명히 있다. 중요한 건 제대로 된 절차와 과정의 수립이다. 사람들은 리더를 위해 일한다. 훌륭한 사람들은 훌륭한 리더 밑에서만 일하고 싶어 한다. 제대로 된 절차에 따라 ‘가족 내 누구’든 ‘외부인’이든 ‘잠재력’을 갖춘 훌륭한 리더를 임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인재채용#승계문제#이곤젠더#ceo#라지브 바수데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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