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개혁의 열망, 권력의 오만… 리더의 두얼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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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산주의자 마오쩌둥(毛澤東)이 깨달음을 얻어 마음을 고치고, 그리하여 이
나라가 진정으로 평화로운 통일을 이룩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장제스(蔣介石)일기를 읽다(레이 황·푸른역사·2009년) 》

권력자의 숨겨진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다. 권력자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정제된 언어로 하는 얘기 속에 감춰진 의도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그렇다. 장제스는 20대 후반이었던 1915년부터 사망하기 직전인 1975년까지 계속 일기를 썼다. 중국사 연구의 귀중한 보물인 셈이다. 다만 책은 20세기 초중반 중국 대륙의 격변기에 쓰인 장제스의 일기를 주로 해설한다. 그 이후의 자료는 미흡한 편이다. 책에 따르면 공개되지 않은 부분은 한국의 국가정보원 격인 대만의 국가안전국에 보관돼 있다.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일기 곳곳에서 장제스가 마오쩌둥의 공산당을 ‘비적(匪賊)’ 등으로 칭한다는 점이다. 장제스는 공산당을 낮춰 보는 반면 스스로의 도덕성과 국민당 정부의 우월성은 끊임없이 강조한다. 수권 세력이었던 국민당이 중국 대륙에서 패퇴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국민당의 부패라는 점을 감안하면 장제스의 이 같은 인식은 현실모순적이다. 부패는 전력의 압도적인 우세에도 불구하고 국민당이 몰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물론 장제스도 대만으로 밀려난 이후에는 며느리를 부패 혐의로 사형시키는 등 강도 높은 개혁을 벌였다.

절대 권력이라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문제일까. 장제스가 일기에서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성공을 중국의 성공과 동일 선상에 놓으려 하는 모습을 접할 수 있다. “나 아니면 안 돼”라는 절대 권력자의 오만이 장제스에게도 깃든 것이다. 대만 이주 후에도 장제스는 스스로가 중국의 정통성 있는 지도자라는 인식을 버리지 못한다. 장제스가 수도 타이베이의 사회 인프라 투자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그가 ‘대륙 수복’의 꿈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마오쩌둥#권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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