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통할 한류업종 찾아… 두달새 2조원 전략적 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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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FTA,코리나 투자 뜬다]<中> 한국 파트너 찾는 ‘차이나 머니’

요즘 중국계 투자자들이 ‘태후(태양의 후예)앓이’를 하고 있다. 올해 2월 말 방영을 시작한 KBS 드라마 ‘태후’가 한국과 중국 양국에서 모두 인기몰이와 함께 큰 수익을 내고 있어서다. 국내 드라마 제작사인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는 2014년 말 중국계 자본인 화처미디어로부터 약 535억 원을 투자받아 제작에 들어갔다. 드라마 판권은 방영 전에 중국 내 동영상 플랫폼인 ‘아이치이’에 약 2400만 위안(약 43억2000만 원)에 팔렸다. 방영 횟수에 따른 추가 수익과 광고비 등으로 수백억 원의 수익도 기대된다. 금융투자 및 미디어 업계에서는 “태후는 한국의 문화콘텐츠 제작 역량과 중국의 자본 투자가 조화를 이룬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차이나 머니’가 기업의 종잣돈이 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통할 만한 한국 기업에 중국 자본이 흘러들고 있다. 중국 자본을 통해 한국 자본시장을 ‘코리나(Korea+China) 투자’ 시대의 플랫폼으로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제2의 태후 찾아라”

29일 현대증권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을 포함한 중국계 자본의 국내 기업 투자 규모는 3조6340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는 이미 2조1721억 원의 중국계 자본이 국내 기업에 투자됐다. 투자 분야도 제조업에서 화장품, 엔터테인먼트, 패션, 정보기술(IT), 헬스케어 등 중국 시장에서 수요가 급성장하고 있는 서비스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화장품업체 잇츠스킨은 상장 전인 지난해 6월 중국 자본 약 1385억 원을 투자받았고, 비상장사인 임상시험 대행회사 드림씨아이에스는 지난해 7월 270억 원에 중국 자본에 팔렸다. 중국 상하이투자청 산하 ISPC는 아예 6000억 원 규모의 ‘한중크로스보드펀드’를 조성해 국내 중소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이들의 중국 진출을 돕겠다는 계획까지 내놨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자본이 문화콘텐츠, 고부가가치 제조업 등 중국 시장에서 통할 국내 기업을 찾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순한 지분 참여를 선호했던 중국 자본의 성격도 기업 경영을 염두에 둔 전략적 투자로 바뀌고 있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장사 32곳에 대한 중국 투자의 93%가 전략적 투자였다. 특히 콘텐츠 제작 배급사인 초록뱀미디어와 NEW를 비롯해 게임업체인 룽투코리아, 엔터테인먼트사인 에프엔씨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업 회사로도 ‘차이나 머니’가 흘러들었다. 임상국 현대증권 포트폴리오전략팀장은 “시장 확대를 노리는 국내 회사와 시장 선점을 원하는 중국 자본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풀이했다.

○ ‘차이나 머니’로 자본시장 다각화

한국 자본시장에 유입된 중국 자본은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8년 한 해 중국 자본의 국내 주식 순매수는 3871억 원에 그쳤다. 이후 지속적으로 투자가 늘어나면서 2013, 2014년 2년 연속 연간 순매수가 2조 원을 넘어섰다. 2015년 중국 경제 침체로 중국계 자본이 순유출로 돌아섰지만,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중국 투자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크다. 2013년 말 414명에 불과했던 중국 국적 투자자 수는 올해 2월 말 현재 506명으로 약 22%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외국인 투자자 수 증가율(11%)의 두 배다.

하지만 국내 증시에서 중국계 자본(홍콩계 포함)의 거래 비중은 올해 2월 말 현재 1.2%에 불과하다. 영국과 미국계 자본(51.6%)이나 중동계인 사우디아라비아(1.6%)보다 작다. 한국 증시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중국계 자본을 적극 유치해 자본시장의 다양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단기 자금 유입에 따른 기술 유출과 ‘먹튀 논란’을 피하고 중국 자본이 장기적으로 머무를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유신 교수는 “중국 진출 펀드를 육성해 간접투자를 유도하는 쪽으로 지원하면, 국내 기업도 중국 자본의 간섭에서 자유롭고 자본 유치도 보다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혁 gun@donga.com·주애진 기자
#한류#업종투자#유입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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