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FBI 공방 새 국면…“애플 도움없이 잠금해제 가능할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2일 19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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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의 잠금장치 해제 여부를 둘러싼 애플의 ‘사생활 보호론’과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국가안보론’ 사이의 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미 법무부는 애플이 아닌 제3자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발생한 샌버너디노 총기테러의 주범 사예드 파룩(28)의 아이폰5c 암호를 해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21일 발표했다. 당초 22일 열릴 예정이었던 연방법원의 첫 공판도 FBI의 신청에 따라 연기됐다. 이번 공판은 지난달 FBI에 관련 기술을 제공하라는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의 명령을 애플이 거부하고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열릴 예정이었다.

FBI는 테러수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엔 틀린 암호를 10번 이상 입력하면 저장된 정보가 자동 삭제되는 기능을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기술적으론 가능하지만 이 기술이 노출되면 광범위한 사생활 침해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이를 거부해왔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21일 애플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도 “고객의 데이터를 보호할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FBI와 법무부는 제3자가 제시한 잠금장치 해제 방법이 통한다면 애플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달 안에 이 방법을 파룩의 아이폰에 실험할 계획이다. 하지만 FBI를 찾아온 제3자가 누구인지, 잠금장치 해제 기술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선 함구했다. 대신 다음 달 5일까지 상황보고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FBI의 ‘국가안보 우선’ 논리와 애플의 ‘사생활 보호 우선’ 논리의 충돌은 당분간 휴전에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애플의 도움 없이는 아이폰의 암호를 풀 수 없다고 주장해온 FBI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애플을 비롯한 실리콘밸리 업체들은 “정부가 아이폰의 암호기술을 해제할 방안을 자체적으로 강구해보지도 않고 손쉽게 애플의 도움을 받으려 한다”고 비난해왔다.

이와 별도로 아이폰의 암호체계를 뚫은 기술을 개발한 제3자가 누구냐는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컴퓨터보안업체로 추정되는 이 제3자의 기술은 애플이 아니라 다양한 IT업체 암호화기술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애플의 고위 임원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 기술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제3자의 기술로 아이폰 암호가 풀리지 않아 정부와 법정투쟁이 계속되더라도 애플의 자체 보안기술 강화를 위해 제3자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원한다고 밝혔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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