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데즈컴바인에 휘둘린 코스닥… 거래소, 시세조종 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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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에 거래내용 통보 요청… 재발 방지책 마련 나서

이달 들어 주가가 500% 이상 급등한 코스닥 상장사인 의류업체 코데즈컴바인의 주가가 10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4년간 영업적자를 낸 이 회사 주가가 시세 조종 세력에 의해 급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주식 매수 세력에 대한 조사와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 일부 계좌서 집중 매입 정황 포착


16일 코데즈컴바인은 전날보다 6.68% 내린 14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9거래일 연속 상승 행진을 멈췄지만 지난달 말(2만2900원)과 비교하면 500% 넘게 폭등한 것이다. 코데즈컴바인은 이날 장 초반 18만 원대까지 치솟았다가 거래소가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 막판 하락세로 전환했다. 주가 하락을 예상한 공매도 물량까지 더해져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이날 코데즈컴바인의 주식 거래량은 약 62만 주로 유동 물량(25만 주)의 2배가 넘었다.

이날 거래소는 “코데즈컴바인의 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다시 매매 거래를 정지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거래소는 8일 코데즈컴바인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해 10일 거래를 정지한 바 있다. 거래소 시장감시본부는 또 전날 국내외 증권사들에 코데즈컴바인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계좌와 거래 내용을 알려 달라고 통보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거래소 측은 일부 계좌에서 집중적으로 이 종목을 사들인 정황을 포착하고 시세 조종 가능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일부 외국인 세력의 시세 조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거래소는 코데즈컴바인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대책 회의를 열고 시장 운영 방식에 대한 개선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유통 주식 수가 적은 ‘품절주’와 같은 종목의 급등락이 시장 전체를 좌우하는 현상을 해소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로 특정 종목의 급등락에 휘둘리는 코스닥 시장의 한계도 드러났다. 실제로 코스닥지수는 이달 들어 11거래일 중 하루를 제외하고 올랐다. 업계는 이런 상승세를 코데즈컴바인 주가 상승에 따른 착시 현상으로 보고 있다.

○ ‘대형주 기근’ 코스닥 체질 개선 필요

코데즈컴바인 착시 현상으로 코스닥 투자자들에게 당장 직접적인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코스닥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파생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코스닥 시장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데즈컴바인 주가가 급락하면 코스닥 시장의 전체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쇼크로 코스닥지수가 660 선까지 밀렸던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코스닥 시장은 규모가 작고, 안정적으로 지탱할 대형주가 적어 일부 종목의 주가가 전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코스닥 전체 상장사 1163곳 중 시가총액이 2조 원을 넘는 곳은 9곳에 불과하다. 최근 코스닥 시가총액 4위 기업인 동서도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한요섭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나스닥과 달리 국내 코스닥 시장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에 상장 기업들이 기회가 되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코스닥 시장의 경쟁력을 높여 대형주가 성장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상 종목을 지수 산출에서 배제하는 식의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이번처럼 전체 시장 상황과 지수가 괴리되면 시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며 “이상 종목으로 인해 지수 왜곡이 발생할 때는 일시적으로 해당 종목을 지수 산출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지수 산출 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같은 시장 대표 지수는 일부 종목으로 인한 이상 현상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래소 측도 지수 산출 방식 변경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번 사태는 ‘블랙 스완(검은 백조)’처럼 극히 드문 사례”라며 “지수 산출 방식을 바꾸기보다 이상 종목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주가가 정상화하도록 유도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애진 jaj@donga.com·이건혁 기자
#코스닥#코데즈컴바인#시세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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