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실리콘밸리 룰 따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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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현지법인 임원실 없애… 일반 직원과 섞여 일하는 분위기로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일대에 위치한 북미법인 사옥들에서 임원 집무실을 모두 없애는 ‘실험’을 했다. “실리콘밸리에선 실리콘밸리의 룰(rule)을 따르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달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위치한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사옥을 찾아 임원은 물론이고 사장 집무실도 모두 없앨 것을 주문했다. 2014년 12월 완공된 SRA 사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전반에 대한 연구개발(R&D)이 이뤄지는 핵심 연구 공간이다.

삼성그룹은 국내의 모든 임원에게 개인 집무 공간을 따로 마련해 준다.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 등 직급별로 그 크기까지 매뉴얼로 규격화돼 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선 한국 본사의 방식은 잊고 무조건 실리콘밸리의 업무 방식을 따르라는 게 이 부회장의 미션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이 부회장 지시로 실리콘밸리로 출장을 가 1주일씩 순환근무를 하고 있는 삼성 전자계열사 사장단을 위해 마련된 사장 집무실도 모두 사라졌다.

이 같은 실험의 계기는 지난달 이 부회장이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대표 등과 함께 실리콘밸리 페이스북 본사를 찾았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셰릴 샌드버그 최고책임운영자(COO) 등을 만나기 위해 찾은 페이스북 사무실에서 이들이 별도 집무실 없이 일반 직원들과 섞여서 일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작은 스타트업 형태로 출발하는 기업이 많은 실리콘밸리 특성상 사장실이나 임원 집무실이 따로 없는 게 일반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동부와 서부의 기업 문화가 많이 다르다”며 “이 부회장은 실리콘밸리의 문화를 흡수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만큼 그 지역의 기업문화를 그대로 따르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SRA보다 뒤늦게 지난해 9월 새너제이에 완공된 삼성전자 부품(DS)부문 미주총괄 빌딩은 아예 설계 때부터 개인 집무실이 전혀 없는 오픈 스페이스로 디자인됐다. 2000명이 입주할 수 있는 10층짜리 이 건물은 임원과 직원 구분 없이 자리를 배치하는 대신 외부인들과의 다양한 미팅이 가능하도록 층마다 8∼10개 회의실을 마련해뒀다. 이곳에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DS부문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SSIC 등의 조직이 입주해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경영 방식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삼성그룹 전반에 한국식 기업문화에서 벗어날 것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전자#이재용#실리콘벨리의 룰#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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