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수수료 떼면… 만능 아닌 불능통장 ISA?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3월 셋째주초 출시 앞두고 우려 목소리

새로운 세(稅)테크 수단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다음 주 초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저금리 기조 때문에 시중의 금융상품 수익률이 워낙 낮다 보니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비과세 혜택 역시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금융회사들의 과당경쟁에 따른 불완전판매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ISA가 ‘만능통장’이 아닌 ‘먹통계좌’가 될 수 있다는 조롱 섞인 반응도 나온다.

○ 숨어 있는 수수료 ‘함정’

10일 각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판매하는 신탁형 ISA의 수수료는 0.1∼1.2%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신탁형의 경우 고객이 어떤 상품을 담느냐에 따라 수수료가 달라지는데 예적금은 0.1%, 펀드 0.2∼0.3%, 주가연계증권(ELS) 0.7% 등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투자 위험이 높은 상품일수록 수수료가 올라가지만 은행들 간에 경쟁이 치열해 수수료를 최대한 낮췄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의 경우 신탁형은 0.0∼0.5%, 일임형은 상품 포트폴리오의 위험 등급에 따라 약 0.1∼1.0% 수준으로 알려졌다.

수수료는 고객에게 돌아가는 비과세 혜택을 갉아먹는 주된 요인이다. 예를 들어 연소득 5000만 원 이상인 직장인(비과세 한도 200만 원)이 ISA를 통해 연이자 2%짜리 예금에 2000만 원을 넣고 5년 동안 묵혀둘 경우 30만8000원의 비과세 혜택을 얻는다. 하지만 매년 ISA 평가 잔액의 0.1%를 수수료로 내야 하기 때문에 실제 돌아가는 경제적 이득은 20만8000원으로 줄어든다. 1년으로 환산하면 4만4000원인 셈이다. 매년 납입 한도인 2000만 원을 꽉 채워 5년간 예금에 넣는다 해도 수수료를 뺀 혜택은 1년에 4만5600원 수준이다.

김유화 세무법인 다솔 세무사는 “예적금이 아닌 ELS,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담는 것이 세제 혜택을 늘리는 방법”이라면서 “다만 수익률이 높을수록 원금 손실 가능성 등 투자 위험 역시 커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과당경쟁 속 고객은 ‘깜깜’


금융당국과 업계가 출시를 서두르다 보니 상품 개발과 운영에 대한 준비도 미진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일임형 ISA의 경우 고객들은 출시일(14일) 전까지 상품에 대한 정보를 거의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증권사들이 3일 금융감독원에 상품에 대한 사전 보고를 했지만 7거래일간의 금감원 심사 과정이 아직 끝나지 않아 포트폴리오가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부 증권사는 시스템 정비나 전산 개발을 마치지 못해 아예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를 통해 일임형 ISA의 예약 이벤트에 참여한 직장인 정모 씨는 “예약 이후에 상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요청했지만 어떤 곳에 투자하는지, 수수료는 얼마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ISA 출시 전부터 과열된 금융회사들의 고객 유치 경쟁이 결국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금융소비자원은 ISA 불완전판매에 대한 소비자 보호 대책을 요구하며 ISA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8일 밝히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PB는 “수수료를 챙겨야 하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높은 투자상품의 가입을 유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ELS 등 투자 위험이 따르는 상품을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가입을 받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금융회사들이 내건 경품이나 금리 혜택에 현혹돼 무작정 가입을 서두르기보다는 회사별 수수료나 상품 구성을 꼼꼼히 따져본 뒤 가입하라고 조언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ISA를 단순히 비과세 혜택만 보고 가입할 게 아니라 예·적금 이외의 다양한 투자상품에 분산 투자를 해보는 기회로 삼는 게 바람직한 자세”라고 말했다.

김철중 tnf@donga.com·한정연 기자
#저금리#수수료#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통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