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선 의식해 구조조정 미루다 금융위기 자초할 텐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일 00시 00분


코멘트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이 1.71%로 201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미국(1.6%)이나 일본(1.5%)보다 높아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은행 부실채권 잔액도 28조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조3000억 원(17.7%) 급증해 2000년(약 42조 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1년만 해도 미국이나 일본보다 크게 낮았던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높아진 것은 이들 나라처럼 한계기업 구조조정에 나서 부실을 털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감원장은 부실기업 위험성 문제가 부각된 작년 6월과 8월에도 “비가 올 때 우산을 빼앗지 말라”며 은행들을 압박해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친 책임이 크다.

금감원은 작년 11월과 12월 각각 중소기업과 대기업 구조조정 대상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구조조정에 본격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후속 조치는 감감무소식이고 총선 전 구조조정은 물 건너갔다는 말까지 나온다. 조선·건설업 부실기업 중에는 정치권이나 지자체의 압력과 노조 반발에 ‘좀비 기업’이 연명하는 사례도 있다.

장기 불황에 경영난이 심각해지면서 부실채권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 중에도 건설경기 악화와 중국사업 부진으로 유동성 위기설이 나도는 상황에서 어제 그룹 총수를 박용만 회장에서 ‘오너가(家) 4세’인 박정원 회장으로 변경한다고 전격 발표한 두산이나 해운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현대상선처럼 자금난이 심각한 기업이 적지 않다.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몰고 온 것처럼 은행발(發) 위기는 경제 전반에 후폭풍을 몰고 오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한국은 가뜩이나 가계부채와 국가채무 증가로 불안요인이 커진 상황이지만 부실채권 시한폭탄을 덮어두기만 할 순 없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단기 고통을 수반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전 기아자동차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구조조정을 늦추면 부실이 눈사태처럼 커질 위험이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임 금융위원장, 진 금감원장이 총선과 대선을 의식해 구조조정을 미룬다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을지 모른다.
#리먼브러더스#부실채권#금융위기#금감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