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롤모델”… 베트남에 거센 주식한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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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문가 설명회, 투자자 발길 북적

베트남 투자자들이 19일 KIS베트남 하노이 지점에서 진행된 투자설명회에 참석해 올해 베트남 경제 전망과 투자 정보 등을 듣고 있다. 하노이=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베트남 투자자들이 19일 KIS베트남 하노이 지점에서 진행된 투자설명회에 참석해 올해 베트남 경제 전망과 투자 정보 등을 듣고 있다. 하노이=이건혁 기자 gun@donga.com
19일(현지 시간)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번화가인 꺼우자이 구역에 있는 증권사인 KIS베트남 지점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온 투자 전문가들이 베트남과 세계 경제 등의 주요 변수를 설명하는 투자설명회를 연다는 소식에 베트남 투자자 외에 현지 TV 방송사가 취재까지 나섰다. 설명회에 참석한 쩐티응옥타인 씨(45·여)는 “3년간 거래하고 있으며 성과도 좋다”며 “다른 증권사보다 장기적이고 합리적인 투자 방향을 제시하는 게 맘에 든다”고 말했다. KIS베트남은 한국투자증권이 2010년 인수한 현지 증권사다.

베트남 금융시장에 ‘한류’가 거세다. 한국 증권사들이 걸음마 단계인 베트남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베트남 정부도 증시 활성화에 나서 한국 증권사의 현지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 베트남 증시 접수한 한국 증권사들

2000년 주식 거래가 처음 시작된 베트남 금융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았다. 베트남의 코스피 격인 호찌민 거래소의 VN지수는 2007년 1,000 선을 넘기며 고속 성장을 했으나 금융위기로 ‘반 토막’이 났다. 22일 VN지수는 560.71로 마감됐다. 수년간 400∼600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 그 사이 달아오르던 베트남 현지의 주식 투자 열기는 시들해졌고, ‘베트남 드림’을 찾아 나섰던 외국계 증권사의 상당수는 현지 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접었다.

하지만 한국 증권사들은 예외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이 현지 투자를 늘리며 시장 점유율을 키우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달 베트남 사업을 본격 시작한다. KIS베트남은 출범 당시 100여 개의 증권사 중 70위권의 중소 증권사였다. 2010년 한투증권에 인수된 이후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말 기준 7위, 외국계 증권사 가운데 1위로 끌어올렸다. 차헌도 KIS베트남 영업본부장은 “미국, 중국, 일본 증권사들은 베트남 현지 시장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어 선진국의 외국계 증권사는 사실상 말레이시아와 한국뿐”이라고 소개했다.

○ “30년 내다보고 자본시장 육성”

베트남 인구는 약 9000만 명이지만 증권 계좌는 약 150만 개에 불과하다. 은행 계좌를 가진 사람도 3000만 명 정도에 머물고 있다. VN지수 성장은 정체된 반면 현지 은행이 제시하는 예금 금리는 6∼7% 선이어서 증시로 자금이 유입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현지 설명회를 진행한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1∼6월)까지는 베트남 증시가 더디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 정부는 증시 활성화를 통한 자본 유입을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국가증권위원회의 응우옌타인롱 부위원장(42)은 “증시 활성화를 위한 장기 로드맵을 가동 중”이라며 “기업공개 확대를 위한 대책과 투자 규제 완화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20일 현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을 모델로 삼고 있는 베트남도 20∼30년 내 많은 발전을 이룩할 것”이라며 “투자뿐 아니라 홈트레이딩시스템(HTS) 구축, 투자은행(IB) 인력 육성 노하우 등을 전수해 베트남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베트남#주식한류#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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