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 ‘성장 절벽’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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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매출 사상 첫 동반 하락

《 국내 이동통신3사의 지난해 매출액이 예외 없이 2014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모두 역(逆)성장한 것은 2009년 3사 체제가 된 이후 처음이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실시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가 없었고, 회사에 따라 일부 회계 기준이 바뀐 영향이 컸다. 이동통신 시장이 본격적으로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SK텔레콤은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7조1367억 원, 1조7080억 원이라고 2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0.2%, 영업이익은 6.4% 줄어들었다. 영업이익 감소분에는 지난해 3, 4월 실시한 300여 명 특별퇴직 인건비가 반영됐다.

지난달 29일에는 KT와 LG유플러스가 지난해 매출이 2014년 대비 각각 0.1%, 1.9%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동통신사의 핵심인 무선 매출은 크게 상품 매출과 서비스 매출로 나뉜다. 가입비가 폐지되고 상호접속료(서로 다른 통신사 간 통화 시에 상대 통신사에 지불하는 비용)가 낮춰지면서 서비스 매출이 줄어들었다.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제’를 통해 매월 요금의 20%를 할인받는 가입자가 늘어난 것도 서비스 매출 하락의 주된 요인이 됐다.

단말기 판매를 통해 들어오는 상품 매출은 단통법 이후 회계 기준이 바뀌면서 큰 영향을 받았다. 이전에는 100만 원짜리 스마트폰을 지원금을 얹어 70만 원에 팔아도 100만 원이 상품 매출로 잡혔다. 하지만 단통법 이후엔 지원금을 제외한 70만 원만 매출로 잡혔다. 다만 단말기 판매를 SK네트워크에 맡기는 SK텔레콤의 경우는 회계기준 변경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무선 이동통신 소비자가 한 달에 내는 평균 요금을 의미하는 ‘1인당 평균 무선 매출(ARPU)’은 LG유플러스만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2세대(2G), 3세대(3G) 이동통신에서 롱텀에볼루션(LTE)으로 전환하는 가입자가 많아야 ARPU가 높아진다. LG유플러스에 남아 있는 비전환 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 13%에 불과해 LG유플러스는 앞으로 ‘LTE 전환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SK텔레콤과 KT는 각각 18.8%, 28.9%를 남겨두고 있다.

고가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되고, 시장 구도가 ‘5(SK텔레콤) 대 3(KT) 대 2(LG유플러스)’로 고착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스마트폰 지원금 등을 통해 가입자 경쟁을 벌이는 전략이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3사는 2014년보다 마케팅 비용을 9551억 원 줄였다.

이통3사는 새로운 먹거리로 콘텐츠 부문을 주시하고 있다. 인터넷TV(IPTV)와 모바일 콘텐츠 시장이 확대되면서 3사 모두 미디어·콘텐츠 부문 매출이 약진했다. 지난해 KT의 무선매출이 전년 대비 0.7% 성장하는 동안 미디어·콘텐츠 부문 매출은 10.2% 증가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려는 것도 결국 정체돼 가는 이동통신 시장에서 벗어나 콘텐츠 플랫폼 사업으로 비즈니스의 중심축을 이동시키기 위해서다.

올해 본격적으로 진행될 3사 사물인터넷(IoT) 시장 경쟁도 주목된다. 한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고가 스마트폰이나 LTE 전환 시장이 포화 상태로 접어들면서 국내 이동통신 산업의 한 세대가 넘어가고 있다”며 “올해 신성장동력을 찾아 연착륙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3사의 명운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이동통신#이동통신 3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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