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순환출자시대 종언’ 메시지, 재계는 흘려듣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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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공정거래위원회가 “올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결과 전체 순환출자 고리가 총 10개에서 7개로 줄었지만 합병 전보다 강화된 3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순환출자 고리 내에서 삼성SDI가 갖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 2.6%(주식 500만 주·약 7300억 원어치)를 내년 3월 1일까지 팔아야 한다.

순환출자는 그룹 내 A사가 B사로, B사가 C사로, C사가 다시 A사로 자본금을 출자해 그룹 전체를 고리로 엮어 지배하는 방식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7월부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개정해 기존의 순환출자 고리는 그대로 인정하되 새로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거나 기존 고리를 두텁게 만드는 것을 금지했다. 재벌 회장이 적은 지분으로 여러 계열사를 거느리는 지배구조는 고쳐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것이다. 개정 공정거래법을 시행한 뒤 정부가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토록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 측은 이번에 지적된 순환출자 고리는 합병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강화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이미 “합병으로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생기며 이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어제 공정위가 삼성에 시정을 요구한 것은 순환출자를 통해 경영권을 유지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강한 메시지다.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을 비롯한 국민적 지지에 힘입어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은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지배구조를 갖춰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야 할 것이다.

수년간 LG, GS, SK, 한진, LS 등 여러 그룹이 순환출자라는 낡은 옷을 벗어던지고 지주회사라는 보다 투명한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전환 과정에서 비용이 들겠지만 삼성, 현대차 등도 순환출자 고리에 더는 미련을 둬선 안 된다. 특히 내부경영권 다툼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은 롯데는 8월 신동빈 회장의 약속대로 지주회사 전환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제 재계는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더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국민과 정부의 경고를 엄혹한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순환출자#합병#자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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