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신차효과보다 센 입소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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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산업부
김성규·산업부
“차 구입 패턴이 바뀌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이제 신차라고 무조건 팔리기보다 ‘입소문’을 타야 차가 잘 팔리는 시대가 된 거 같아요. 진짜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얘기죠.”

3일 기아자동차 신형 K5 하이브리드 출시 행사 현장에서 만난 한 기아차 직원의 말입니다. 이런 말을 한 건 신형 K5가 보여주고 있는 다소 의외의 판매량 추이 때문입니다. 신형 K5는 출시된 7월에 6447대가 팔리다 8, 9월에는 약 5500대로 판매량이 주저앉았습니다. 그러다 10월에 6000대가 팔리더니 지난달에는 6929대로 오히려 출시 당시의 판매량을 뛰어넘는 ‘기현상’을 보인 겁니다. 이는 2013년 7월 이후 28개월 만에 최다 판매량이기도 합니다.

비슷한 현상은 현대자동차 쏘나타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쏘나타는 1.6터보와 1.7디젤 엔진을 라인업에 추가해 2016년형 모델이 7월에 출시됐는데요. 역시 출시 당시에는 8380대가 팔리고 그 후 9월까지 8033대가 팔려 내리막길을 걷다 10월에 판매량이 1만487대로 뛰었습니다. 이 외에 9월 출시된 스포티지도 출시 때는 3666대가 팔렸다가 10, 11월에는 7000대가 넘게 팔렸습니다.

원래 자동차 업계에서는 ‘신차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리려고 노력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출시 초기 판매량으로 그 차의 인기가 판가름 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출시 초기에 판매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것이죠. 올해 4월 출시된 현대차 투싼이 출시 첫 달에 9255대가 팔렸다가 그 후 하향곡선을 그리며 안정된 모습을 보인 것이 대표적입니다. 한 기아차 직원은 신형 K5 출시 초기에 “생각보다 ‘바람몰이’가 잘 안 된다”며 울상을 짓기도 했습니다.

가요계에서 발표된 지 오래돼 차트에서 순위가 밀린 음원이 어떤 계기로 차트 순위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역주행’이라고 하죠. 자동차 업계에서도 ‘역주행’을 하는 차 모델이 이따금씩 나타나자 이제 대대적인 신차 출시 행사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주변 사람들에게 평판을 전해 듣는 ‘입소문(바이럴)마케팅’이 중요해졌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출시 초기 대대적 행사로 소비자를 혹하게 만드는 것은 쉽지요. 하지만 입소문을 타려면 제품이 실제로 좋고 가격이 합리적이지 않으면 사실상 힘들기 때문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반론도 있긴 합니다. 여전히 신차 효과를 보고 있는 모델들이 있고,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이달 말까지 주어지기 때문에 그 전에 차를 사려는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린 것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무엇이 맞는지는 내년이 되면 알겠죠. 하지만 이 같은 구매 패턴이 업계에 긍정적인 자극이 되리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김성규·산업부 sunggyu@donga.com
#신차#입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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