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표밭 갈다 온 유일호 경제부총리, 위기 막을 역량 갖췄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2일 00시 00분


코멘트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으로 교체하는 개각을 발표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까지 내년 총선에 나갈 장관들을 쫓기듯 정리한 ‘총선용 개각’이다.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들을 총선에 내보내는 것이 국정보다 중요하다는 데 얼마나 많은 국민이 납득할지 모르겠다.

유 후보자만 해도 총선 출마를 위해 스스로 국토교통부 장관을 그만뒀던 사람이다. 청와대는 “경제정책과 실물경제에 대한 식견과 정무적인 역량을 바탕으로 4대 개혁을 통해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 분”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표밭을 갈던 의원을 한 달여 만에 다시 불러들이는 ‘회전문 인사’를 할 만큼 이 정부에 사람이 없는 것인지도 답답하다.

국회에 법안 통과를 압박하며 개각을 미루던 박 대통령이 정치인을 새 경제수장으로 택한 것은 ‘정무적 역량’을 높이 샀기 때문일 것이다. 당장 청문회를 통과하고 경제 관련 법안들이 무난히 처리되도록 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최 부총리처럼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 후보자는 “정부의 일관된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혀 경제 기조에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최 부총리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에 치중해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 후보자 역시 국토부 장관 시절 부동산경기 부양에 앞장서 가계부채가 1200조 원까지 급증하는 데 기여한 측면이 있다. 그는 현재의 경제 상황이 1997년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지를 묻는 질문에 “유사한 게 있고 다른 점도 있지만 유사한 점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제적 행동을 취해야 한다”면서도 위기를 막기 위한 구조 개혁에 대해 “국회에서 해당 법안들이 연말 안에 처리돼야 한다”는 원론적 얘기만 해서는 시장에 신뢰를 주기 어렵다. 친박 실세인 최 부총리도 국회 협조를 얻지 못한 법안 통과를 유 후보자가 무슨 수로 해낼 수 있을지도 걱정스럽다.

미국 금리 인상 말고도 중국의 경제 둔화와 국제유가 추락, 신흥국발(發) 위기 조짐에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간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 후보자는 기존 정책을 유지한다는 식의 소극적 대응에서 벗어나 앞으로 닥칠지 모를 위기를 막고, 중병에 빠진 한국 경제의 근본적 치유에 나서야 한다. 대통령과 끝까지 임기를 같이할 각오로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최경환#유일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