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벤처에 공공기술 심어 튼튼한 ‘묘목’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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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17개 정부 출연 연구기관(출연연)은 기술개발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한 창업을 촉진하기 위해 530억 원을 출자해 ‘한국과학기술지주(KST)’를 설립했다. KST는 출연연에서 기술을 개발하면 이를 바탕으로 벤처를 세우거나, 기존 벤처에 기술을 이전하면서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는 회사다. KST가 설립 2주년이 지나면서 벤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ST는 최근 설립 10주년이 되는 2023년까지 자회사 200개를 만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현재 한국의 과학기술지주회사는 출연연이 중심이 된 KST와 KA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4개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이 모여 만든 미래과학기술지주 등 2곳이 있다. 두 곳 모두 벤처 생태계의 핵심인 창업과 초기 투자를 주로 맡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KST에서 경쟁력 있는 벤처를 선정해 투자로 이어주는 일을 담당하고 있는 류지호 기획투자팀장(44)은 “벤처들이 스스로 설 수 있게 된 다음에야 비로소 벤처 생태계 구축이 시작된다”면서 “그 시작을 KST가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벤처투자자(VC)조차 외면하고 있는 초기 벤처에 대한 투자를 주로 한다”면서 “‘훌륭한 실패’라면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정부가 출연연에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입했지만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성과가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KST가 설립되고 난 이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이 류 팀장의 생각이다. 공공기술의 사업화 기회가 훨씬 더 많아졌고, 실패와 성공의 반복된 경험을 거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류 팀장은 아직 투자 초기 단계지만 테그웨이라는 회사를 관심가질 만한 곳으로 꼽았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KAIST의 기술을 융합한 ‘웨어러블 체온 전력 생산 기술’이 이 회사의 핵심이다. 류 팀장은 “체온에 의해 생긴 옷감 내외의 온도차를 이용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기술”이라면서 “구글, MS 등 해외 업체들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자랑했다.

류 팀장은 “출연연이 개발하는 공공기술은 사업화보다는 기술 자체가 중심이 된 측면이 크기 때문에 사업화를 위해서는 상품 개발, 공장 설립 등 추가적인 투자가 많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투자 금액 등이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한국과학기술지주#kst#창업#벤처#공공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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