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떴다, 비행기 산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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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항공기 개발 경쟁

‘중공업의 마지막 블루 오션.’

글로벌 항공기 산업을 지칭하는 말이다. 성장이 정체된 다른 중공업 분야와 달리 항공기 제조업체들은 시장 확대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이 거대한 내수 시장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려는 움직임이다. 이 때문에 한국 항공기 산업도 군수 위주에서 벗어나 새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5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서울 에어쇼) 개막에 맞춰 한국을 찾은 보잉의 랜디 틴세스 보잉 상용기 부문 마케팅 부사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세계적으로 향후 20년간 3만8050대의 항공기 수요가 새로 생길 것”이라며 “이 중 1만4330대는 아시아 지역에서 필요로 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20년 이상 한국·일본·대만의 총 항공 교통량은 매년 2.6%의 비율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 에어버스-보잉 ‘양강’ 틈새 노리는 중국-일본

민항기 제조 산업은 현재 유럽의 에어버스와 미국의 보잉의 양강 구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이 커지면서 생긴 틈새는 중국과 일본 업체가 노리고 있다.

중국의 이 분야 대표 기업은 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AVIC)와 중국상용항공기유한책임공사(COMAC·코맥)다. AVIC는 주로 군용기, 코맥은 민항기를 개발한다. 공식 수치는 비공개지만, 중국의 항공기 산업 매출액은 2012년 177억 달러(약 20조506억 원), 항공부문 종사자는 22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우주산업 등 관련 산업 분야는 제외한 수치다.

특히 항공업계는 코맥이 자체 제작 중인 168석짜리 민항기 ‘C919’에 주목하고 있다. 2010년부터 캐나다 봄바르디어, 미국 GE와의 기술 협력을 바탕으로 2018년 출시를 예정으로 개발 중인데, 이미 지난달 514대의 주문을 확보한 상태다. 보통 민항기 사업은 300대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중국의 항공기 산업이 이처럼 성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항공사 운영에 적합한 거대한 국토와 인구, 그리고 군수 산업 규모가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오랫동안 항공기 산업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미쓰비시중공업이 90석 규모의 소형 제트기 ‘MRJ’를 개발하면서 다시 항공기 제조에 힘들 싣고 있다. 일본은 정부 주도로 항공기 개발을 주관하는 ‘일본 항공기 개발협회(JADC)’라는 법인을 설립해 항공기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MRJ의 총개발비 1800억 엔(약 1조7000억 원) 중 500억 엔은 정부가 지원한 것이다.

○ 한국, 군수산업 한계 벗어나야

한국은 유일한 완제기 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중심으로 경공격기 FA-50, 헬기 수리온 등을 제작하며 인도네시아·이라크·필리핀 등에 수출하고 있다. 국내 산업 규모는 2013년 36억 달러, 지난해 43억 달러에 이어 올해 56억 달러(추산)로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군수산업 위주라는 한계가 있다. 민간 항공기로는 4인승 소형 비행기 ‘나라온’이 있긴 하지만 수출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단계다.

하지만 헬기와 무인항공기(드론), 부품 등 틈새시장에서의 성장성은 여전히 밝다. 21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ADEX 현장에서는 KAI가 에어버스그룹과 전략적 협력 증진 방안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KAI 관계자는 “민군수 항공기와 헬리콥터, 위성 개발 등 항공우주산업 전 분야에 대한 협력 강화를 약속한 것으로 1조 원 규모의 신규 물량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한항공도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무인항공기 등 미래 첨단기술 개발 및 사업화와 관련한 업무 협약을 맺었고, 항공기 도어 제작 전문 중소기업인 샘코는 에어버스 헬리콥터에 9600만 달러 수출 계약을 따냈다.

조진수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전 세계 항공기 시장의 80%가 민항기 시장”이라며 “현대자동차가 수많은 우려 속에서도 ‘포니’로 자동차 국산화에 성공했듯, 민항기 국산화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추구해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성남=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중공업#비행기#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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