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살까 말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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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롯데홈쇼핑이 1시간 동안 진행한 골드바 판매 방송에는 18억 원이 넘는 주문이 들어왔다. 예상을 웃도는 실적이었다. 140만 원대에 선보인 11g짜리 미니골드바의 인기가 가장 높았다. 회사 관계자는 “대도시보다 은행에서 골드바를 쉽게 구하기 힘든 지방 소도시 주부들의 주문이 많았다”며 “금값이 떨어지면서 주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금값이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면서 금(金)테크에 나서는 국내 투자자가 크게 늘고 있다. 달러 강세의 여파로 5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금값이 다시 반등할 것으로 보고 미리 금을 사두려는 이가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국제 금값이 온스(31.1g)당 1000달러(약 116만5000원) 밑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성급히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는 경고도 나온다.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값은 전날보다 1.1% 하락한 온스당 1091.50달러에 마감했다. 1100달러가 붕괴된 것은 2010년 3월 이후 5년 4개월 만이다. 이날까지 금값은 10일 연속 떨어지며 1996년 10월 이후 최장기간 하락세를 보였다.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 때도 큰 변동이 없었던 금값은 최근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국제시장에서 달러로 표시되는 금 가격은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국제 금값이 2011년 9월의 최고점보다 42% 폭락하자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금테크가 부상하고 있다. 송재원 신한PWM여의도센터 팀장은 “국제적으로 금 생산원가가 평균 1100달러 안팎인데 금값이 이 수준까지 떨어지자 실물인 골드바를 찾는 고객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12개 시중은행과 귀금속대리점 등에 금을 공급하는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2일까지 2390kg의 골드바가 판매됐다. 이미 지난 한 해 판매량(1383kg)을 훌쩍 뛰어넘었으며 작년 같은 기간 판매량의 4.7배 이상이다. 송종길 한국금거래소 이사는 “예전엔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1kg짜리 골드바가 주로 팔렸는데 최근엔 중산층, 서민들까지 골드바를 찾고 있다”며 “소액 투자가 늘면서 1∼100g짜리 미니골드바 판매량이 91%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 국제 금값 온스당 1091달러 “곧 1000달러선 무너질수도” ▼

금을 1g 단위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한국거래소의 ‘KRX 금시장’도 지난해 3월 개장 이후 한동안 거래가 부진하다가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올 1월 8083g이던 하루 평균 거래량은 이달 22일 현재 1만907g으로 34% 늘었다.

하지만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등은 국제 금값이 1000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천정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 총재들의 발언과 미국 경기회복세를 볼 때 미국의 금리 인상이 9월로 앞당겨질 수 있다”며 “이럴 경우 금값은 예상보다 빨리 1000달러가 붕괴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송재원 팀장은 “미국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금값 흐름이 바뀔 수 있다”며 “금리 인상 여부가 확실시된 뒤 금을 살지 말지 판단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공성율 KB국민은행 목동PB센터 팀장은 “금은 변동성이 큰 만큼 투자하려면 전체 자산의 10∼20% 이내에서 가격이 떨어질 때마다 분할 매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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