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덜 받는 강남재건축 분양 ‘태풍의 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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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부동산시장 주도할 듯
가계빚 대책서 중도금 대출은 빠져 가락시영 등 10여곳 일반분양 주목
3.3m²당 3000만원대 분양가 부담 “단기차익 아닌 실수요 차원 접근을”

정부가 22일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이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던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모처럼 기지개를 켜는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도 내년에 대책이 시행되기 전에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서두르면서 연말까지 거래량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가 덜한 분양시장에 수요가 몰려 올 하반기 강남 재건축 분양이 특히 주목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지역은 일반분양가가 3.3m²당 3000만 원대에 이를 정도로 높아 입주 후 대출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책이 시행되는 내년부터 주택 거래량 감소와 함께 집값 상승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김지연 리얼투데이 리서치센터 팀장은 “지난해 8월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완화되고 전세난 심화에 따른 젊은 수요자들의 구매 의지가 높아지면서 최근까지 주택시장이 활황세를 보였다”며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지면 신혼부부 등 젊은 수요자들의 3억∼5억 원대 중소형 주택 구매세가 꺾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내년 이후 대출 문이 좁아지는 데다 금리까지 오르면 고가 부동산 투자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대출을 많이 끼고 고가 주택을 사는 투자자들은 원금을 갚지 않고 거치해 두다가 집값이 충분히 올랐을 때 시세차익으로 한번에 갚는 경향이 있다”며 “토지, 상가, 서울 강남권 대형 아파트 등 고가 상품의 인기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실수요자들이 대책 시행 전에 내 집 마련을 서두르면서 연말까지는 부동산 거래량 증가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7월 서울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70%를 넘어서는 등 전세난이 계속돼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수요까지 올해로 몰리는 ‘반짝 호황’ 이후에는 내년 상반기(1∼6월)에 단기적으로 거래량이 급감하는 이른바 ‘거래절벽’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대출 규제에서 비켜 있는 분양시장이 오히려 주목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아파트 분양 집단대출은 건설업계 신용이나 주택도시보증공사(옛 대한주택보증)의 보증을 통해 이뤄지는 신용대출이어서 이번 대출 규제 대책의 직접적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 다만 입주 뒤에는 집단대출이 주택담보대출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대출자의 소득수준 및 담보 규모에 따라 원리금 일부를 일시에 상환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에는 서울 강남권에서 재건축 일반분양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분양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단지는 강남권에서만 10곳이 넘는다. 가장 눈길을 끄는 단지는 단연 가락시영이다. 현대산업개발·현대건설·삼성물산 컨소시엄이 ‘헬리오시티’라는 이름으로 이르면 9월에 1635채의 일반분양에 나선다. 또 서초구 반포동 ‘푸르지오’(옛 반포삼호가든4차·일반분양 334채)를 비롯해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 에스티지S’(옛 서초우성2차·148채), 서초구 잠원동 ‘반포한양자이’(반포한양·152채)와 ‘아크로리버뷰’(한신5차·41채) 등이 있다.

강남 재건축 초고분양가의 후폭풍도 우려된다. 향후 시장이 정체돼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부채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대출 규제에 따라 주택시장의 활기가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며 “분양권 전매나 매매 시점을 잡기 힘든 상황인 만큼 단기에 시세차익을 염두에 두고 접근하는 것은 다소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상훈 january@donga.com·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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