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국회가 부당개입한 주파수정책 전면 재검토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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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최종 결정할 예정이었던 700MHz 대역 주파수 배분을 위한 국무총리실 주파수심의위원회가 돌연 27일로 연기됐다. 한 민간위원의 출장 때문이라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지난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주파수 배분에 대해 “절차를 무시하고 정치권이 방송사를 대변해 과도하게 개입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한 뒤여서 예사롭지 않다. 지상파에 일방적인 특혜를 주는 국회안을 놓고 전파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간위원들이 부정적으로 평가해 연기된 것이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주파수소위원회는 13일 지상파 방송사에 30MHz 폭을 할당하고 나머지를 통신과 재난용으로 갈라주기로 결정한 바 있다. 700MHz 주파수란 전파가 멀리까지 잘 퍼져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698∼806MHz의 108MHz 대역폭을 말한다. 과거 지상파 방송사들이 아날로그 방송용으로 사용하다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하면서 국가에 귀속됐다. 이 황금 주파수를 미국 유럽 등 115개국은 통신에 배분했지 우리처럼 방송과 통신에 쪼개준 나라는 없다. 스마트폰 보급이 늘고 무선 데이터 사용이 폭증해 유럽 전기통신주관청회의(CEPT)는 이동통신용으로 사용할 것을 의무화했다.

한국만 황금 주파수를 지상파 방송에, 그것도 공짜로 주는 이유를 최 장관은 정치권 때문이라고 ‘천기누설’을 했다. 주파수 정책은 정부가 결정하는 것인데 한국에선 정치인들이 국회 주파수소위를 만들어 지상파 손을 들어줬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초고화질(UHD) 방송을 통해 한류 콘텐츠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여야 의원들을 압박한 것은 비밀도 아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인들로서는 지상파 방송사의 눈치를 안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전문적 지식과 기술적 검토를 통해 결정할 사안을 비(非)전문가인 정치인들끼리 정했다니 해외 토픽감이다.

김성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도 SBS 기획실장 시절 공청회와 토론회마다 SBS 측 대표로 나와 700MHz를 지상파에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청와대에 있으면서 관련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닌지 궁금하다.

전파는 국민의 재산이다. 주파수를 통신사에 팔면 1조3000여억 원의 나라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나 사물인터넷(IoT) 발전을 위해서도 통신용 주파수 확보가 시급하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700MHz를 UHD방송에 쓰는 것이 공익적이라고 주장하지만 UHD가 보편화되려면 20년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의 희소자원인 주파수를 아무 대가도, 명분도 없이 지상파에 내주는 것은 국익을 외면한 정책이다. 주무장관인 최 장관이 국가 미래가 달린 결정을 정치인 탓으로 떠넘기며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 잘못된 정책은 지금이라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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