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그대로 ‘거수기 사외이사’… 안건 반대율 0.4%에 그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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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비금융권 상장사 3년간 분석
반대 59명중 18명 이듬해 교체돼… 학연-지연 얽매여 CEO 눈치만

대기업 사외이사들이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외이사의 임기가 최고경영자(CEO)와의 학연 지연에 따라 달라진다는 지적이 국책연구기관에서 나왔다. 사외이사 관련 제도 개편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7일 ‘사외이사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2010∼2012년 3년간 평균 매출액 기준 상위 100대 비금융권 상장 민간기업의 이사회 결과를 분석한 결과 총 9101건의 이사회 안건 중 사외이사가 한 명이라도 반대(조건부 찬성 포함)한 안건은 33건(0.4%)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사외이사 612명 가운데 3년 동안 한 번 이상 반대표를 던진 사외이사는 59명에 그쳤다. 특히 이들 중 CEO와 고교 동문이면서 반대표를 행사한 3명은 모두 이듬해에 자리를 유지했지만 CEO와 학연 지연이 없었던 18명은 사외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조사됐다.

또 CEO와 학연 지연으로 얽힌 ‘친근한’ 사외이사가 많은 기업은 이사회에서 반대표가 나올 가능성이 적었다. 1년간 사외이사가 반대한 사례가 한 번이라도 있는 이사회에서 학연 지연이 있는 사외이사의 비율은 평균 28%였다. 반면 반대표를 전혀 행사하지 않았던 이사회에서는 그 비율이 41%에 달했다. 독립성이 떨어지는 이사회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해석됐다.

보고서는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때 CEO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를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CEO의 이사회 의장 겸직을 금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화령 KDI 연구위원은 “사외이사제도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전자투표를 의무화하고 사외이사들에 대한 자료를 주주총회에서 보고하는 등의 제도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외이사제도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CEO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지만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사외이사#거수기#K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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