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정부, 전력 모자랄땐 손 내밀더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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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산업부
정세진·산업부
“정부 정책이 이렇게 예측 불가능하면 누가 정부 말을 믿고 투자하겠습니까.”

정부의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표를 앞두고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업계뿐만 아니라 투자은행(IB)업계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정부 정책을 믿고 대규모 투자에 나섰지만 원자력발전 및 석탄발전을 통한 전력공급 여력이 충분해지면서 투자손실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산업에 IB업계가 이해관계자로 등장한 것은 전력부족으로 2011년 9월 15일 발생한 순환정전 사태 이후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민간사업자들의 LNG발전소 건설을 유도했다. 건설기간이 4∼6년으로 짧은 데다 수도권에 지을 수 있어 송배전 건설에 따른 민원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1GW 규모의 발전소를 건설하려면 1조 원가량이 필요하다. 발전사업자는 전체 투자비의 20∼30%만 자체 투자하고 나머지 70∼80%는 외부에서 조달한다. 저금리 기조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IB들에는 적절한 투자처였던 셈이다.

당시 우리은행을 비롯해 신한은행 농협은행 등도 발전전담팀을 만들어 발전소 사업에 뛰어들었다. 순환정전 사태 전후에 LNG발전소 건설에 투입된 금액은 최소 10조 원이다. IB가 투입한 비용은 7조∼8조 원에 이르는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지어놓은 발전소는 최근 가동률이 40%대까지 떨어졌다. 전력의 추가 공급 여력을 나타내는 전력예비율은 순환정전 당시 피크시즌 기준 5%대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21.5%까지 급증했고 2020년에는 3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원전 및 석탄화력의 전력공급이 충분해지면서 한국전력공사 측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LNG 발전을 사용하지 않기 시작했다. 한전이 LNG발전소들로부터 사들이는 전력 도매가격(SMP)도 2012년 1kWh당 160.1원에서 2015년 5월 93원대로 떨어졌다.

국내 전력시장은 정부가 유일한 수요자다. 민간기업들이 정부 외에는 전기를 팔 곳이 없는 정부 주도의 독점 시장이다. 정부가 LNG발전 생태계의 고사 위기를 방치한다면 몇 년 뒤 또다시 위기가 왔을 때 이들이 선뜻 투자에 나설지 의문이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전력#정책#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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