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 한국기업]농심, 면발전쟁 시대, 日기업 꺾고 세계평정 나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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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의 면 개발팀 연구원들이 신제품 ‘우육탕면’을 시식하고 있다. 우육탕면은 농심이 올해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제품으로 면발을 굵고 쫄깃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농심 제공
농심의 면 개발팀 연구원들이 신제품 ‘우육탕면’을 시식하고 있다. 우육탕면은 농심이 올해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제품으로 면발을 굵고 쫄깃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농심 제공
신라면, 안성탕면 등 국내 라면업계의 ‘히트작’들을 잇달아 내놓은 농심이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농심은 과감한 투자로 성장의 계기를 스스로 만들어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경기 안성시에 위치한 농심의 안성공장 투자였다. 국내 라면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든 1970년대 말 농심은 위기가 곧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하고 수프 전문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1982년에 경기 안성시에 완공된 수프 전문공장은 너구리(1982년), 안성탕면(1983년), 짜파게티(1984년) 등 ‘히트’ 제품의 산실이 됐다. 이 제품들의 연속적인 성공으로 농심은 1985년 라면 시장 1위로 올라섰고 이듬해인 1986년 신라면을 내놓으면서 2위 기업과의 격차를 2배 이상으로 벌렸다.

두 번째 성장 포인트는 경북 구미시에 지은 구미공장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농심은 구미 인텔리전트 공장 건립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라면 생산의 모든 단계를 자동화하고 고속화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내용. 1999년 완공된 구미공장은 현재 신라면 생산량의 약 70%를 담당하고 있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농심은 올해 1월 새로운 라면 제품인 ‘우육탕면’을 내놨다. 심규철 농심 면마케팅팀장은 “농심의 50년 라면 노하우를 집약해 1년이 넘는 개발 과정을 거쳤다”며 “그동안 라면업계가 국물에 사활을 걸었던 것과 다르게 면에 승부를 걸었다”고 설명했다. 우육탕면의 면발 굵기(3.2mm)는 지금까지 나온 라면 중 가장 두꺼운 편이다. 면의 굵기가 일반 라면(1.6mm)의 2배, 통통한 면발로 잘 알려진 ‘너구리’(2.1mm)의 1.5배다.

농심은 50년 동안 쌓은 제면 노하우로 두꺼운 면발을 단시간에 익힐 수 있는 기술(면 내부에 열이 잘 전달되도록 제조)을 개발해 우육탕면에 처음 적용했다. 이와 관련해 시행착오도 많았다. 면이 굵으니 열 전달률이 그만큼 떨어졌기 때문이다. 면은 두꺼울수록 열이 면 중심까지 잘 전달되지 못해 조리시간이 길어진다. 또 끓이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면이 퍼지는 단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심의 식품 연구원들은 면 내부의 열 전달률을 높이면서도 수분 침투를 지연시키는 공법을 개발했다. 농심 관계자는 “식품물성실험기기에서 면발의 강도와 퍼짐현상을 측정한 결과 우육탕면은 끓인 후 10분이 지나도 면의 강도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열 전달도 잘돼 ‘너구리’와 같은 시간(끓는 물에 5분) 동안만 조리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우육탕면은 면발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을 낸다. 국물맛은 쇠고기육수에 고추장을 넣어 냈다. 농심은 우육탕면이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뒤에는 해외 시장에 수출할 예정이다. 올해 국내 시장에서의 목표는 매출액 500억 원 달성과 판매순위 톱 10 진입이다.

농심 측은 우육탕면이 쇠고기맛 라면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도 호응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올해 여름에도 면발을 강조한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며 “이를 통해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 라면업체들과 경쟁을 벌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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