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CEO들이여 ‘일’ 아닌 ‘놀이’를 고민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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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과 놀이를 하나가 되게 하는 것, 그 간극을 좁혀 가는 것, 이것이 현대 산업 문명에의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읽고 싶은 이어령’(이어령 지음·여백미디어·2014년) 》

중견기업에 다니는 40대 임원 A 씨. 그는 가끔 주말에도 회사에 나간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신문을 읽거나 온라인 바둑을 두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A 씨가 사무실에 나가는 이유는 뭘까. 그는 “(집에서 편히 쉬기에는) 아내나 아이들 눈치가 보여 불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가 보기엔 ‘(편히 놀아본 적이 없어서) 어디서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 답이 되어야 할 듯싶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일 벌레’ 또는 ‘일 중독자’로 불리는 사람들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반면 ‘놀이 천재’나 ‘놀이 왕’ 등 노는 것으로 유명한 사람을 발견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수필집 ‘읽고 싶은 이어령’에서 ‘일과 놀이가 하나가 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창의성이 극대화된다는 뜻이다. 이런 흐름은 최근 일부 유명 기업의 신입 사원 채용 과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학점이나 토익 점수 순으로 사람을 뽑는 방식에서 벗어나 ‘노래방 면접’이나 ‘등산 면접’, ‘축구 면접’ 등을 통해 잘 노는 순으로 인재를 뽑는 ‘파격’을 실험하고 있다. 한 지상파 방송은 ‘회사에서 놀자’는 구호를 외치며 연예인들이 회사로 찾아가 직원들과 다양한 놀이를 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일과 놀이의 간극을 좁혀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노는 것처럼 즐겁고 편하게 일해야 능률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 구글이 회사 안에 게임방과 보드게임방을 만든 까닭이자, 간부들이 직원들에게 “일하라”고 다그치지 않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주말에 회사를 나가는 사람이 아닌, 배낭 하나만 메고 어디라도 떠날 수 있는 사람을 간부로 키우는 것. 이것이야말로 글로벌 일류를 추구하는 우리 기업들의 새로운 도전이자 과제 아닐까.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CEO#일#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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