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기후변화에 대응 친환경 기업들은 ‘평화의 전도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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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카쿠 로루만은 기후 변화에 의해 살해당했다. ―왜 열대는 죽음의 땅이 되었나(크리스천 퍼렌티·마더북스·2012년) 》

우리는 전 지구적인 문제로 떠오른 기후 변화를 얼마나 체감하고 있을까? 예년보다 좀 더 덥고 추워진 여름과 겨울 날씨를 제외하면 기후 변화는 무너져 내리는 남극 빙하나 물에 잠겨 없어지는 대서양의 작은 섬나라들, 비가 내리지 않아 사막화되는 죽음의 땅과 같은 상징적인 이미지로 다가온다.

하지만 미국 탐사보도 전문기자로 뉴욕시립대 객원교수인 저자 크리스천 퍼렌티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마주친 청년 에카루 로루만의 총상 입은 시신에서 기후 변화를 발견하고 있다. 그는 “로루만은 기후 변화에 의해 살해됐다”고 말한다.

로루만이 속한 부족은 원래 소가 핵심 재산인 유목민들이었다. 케냐는 일 년에 두 번 규칙적인 우기(雨期)가 있는 지역. 유목민들은 자신들의 농경 산업 계획을 우기에 맞추고 생활해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때가 됐는데도 비가 안 오는 날이 많아졌다. 비가 오지 않으니 풀이 나지 않고, 먹이가 없어진 소가 죽어나갔다. 유목민들은 다른 부족의 소를 빼앗기 위해 쟁기 대신 총을 들었다. 로루만은 그렇게 총을 맞고 죽었다.

금세기 ‘최악의 인종청소’ 사건으로도 꼽히는 수단 다르푸르 사태도 ‘기후 전쟁’으로 표현된다. 목축이 중심이었던 북수단 사람들이 오랜 가뭄에 물을 찾아 남하하면서 남수단 사람들과의 갈등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종족 분쟁’이라는 인식을 한 꺼풀 벗겨 보면 그 안에 기후 변화가 도사리고 있다.

많은 기업이 기후 변화에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오염 없는 에너지원인 수소 연료나 전기를 이용한 자동차, 에너지 소비를 최대한 줄인 친환경 공장 등이다. 아직 ‘연료 고갈에 대한 대비’ ‘오염원 처리 비용 줄이기’ ‘친환경 마케팅’ 같은 1차원적 인식을 벗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기후 변화가 전쟁을 일으킨다’는 논리에 대입하면 그 어떤 ‘평화활동’보다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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