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라며… 금융권 ‘배당 잔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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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금융지주회사와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배당확대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배당확대를 권고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 실적이 전년보다 양호해 배당할 여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권의 수익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지나친 배당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4일 올해 보통주 기준 한 주당 950원씩 총 4500억 원의 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액의 비율)은 보통주 기준 21.6%로 지난해 16.2%와 비교해 크게 확대됐다. 지난해에 신한금융은 보통주 한 주당 650원씩 총 3700억 원을 배당했다.

이어 KB금융도 올해 보통주 한 주당 780원씩 총 3000억 원 규모의 배당을 할 예정이라고 5일 공시했다. KB금융의 배당성향은 지난해 15.1%에서 올해 21.5%로 높아졌다.

지난해 배당을 하지 않았던 우리은행도 올해 배당을 실시할 예정이다.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만큼 주주 친화적인 배당정책으로 주주 가치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아직 배당규모를 발표하지 않은 하나금융과 기업은행도 올해 배당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하나금융과 기업은행의 배당성향은 각각 14.5%, 25.3%였다.

금융계는 이 같은 은행들의 움직임에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이 적잖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기업의 배당확대를 적극 유도해왔다. KB금융은 지난해 말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정부의 시책과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배당정책을 펼칠 것”이라며 배당확대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기업은행 관계자 역시 “국책은행으로서 당연히 정부의 배당확대 기조를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투자심리를 개선하기 위해서 배당확대 등 주주친화적인 정책이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은행 수익성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 배당을 늘리는 게 적절치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해 18개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총 6조2000억 원으로 전년(3조9000억 원)보다 2조 원 이상 늘었지만 2011년(11조8000억 원)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또 지난해에는 법인세 환급 등에 따른 일회성 이익이 적지 않았다. 특히 수익성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1.79%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1.98%)보다도 낮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돈은 벌었지만 수익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보릿고개’라는 은행권의 한숨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은행권 실적이 수치상으로는 호전됐지만 수익성 지표 등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적 하락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며 “지나친 배당확대를 자제해야 할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금융권 배당확대#배당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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